블로그 이미지
영화, 만화, 공연(뮤지컬, 연극) 등 보고 끄적이는 공간 다솜97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98)
영화보고끄적이기 (18)
공연관람단상 (71)
만화망가코믹스 (0)
요즘요런책읽음 (0)
세상만사 (7)
Total
Today
Yesterday

이 리뷰는 오픈리뷰 사이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공연 일시: 2011120() 오후 8

공연장: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캐스트: 옥주현(아이다), 김우형(라다메스), 정선아(암네리스), 김호영(메렙), 문종원(조세르)

 

 

Every ‘Disney’ Story is a growing-up Story

 

뮤지컬 <아이다>의 제작사는 디즈니입니다. <미녀와 야수>, <라이언킹> 등 자사 애니메이션의 뮤지컬 공연 성공에 한껏 고무된 디즈니가 <라이언킹>의 콤비 엘튼 존과 팀 라이스를 다시 내세워 이번에는 자사 애니메이션이 아닌 유명 오페라 작품을 뮤지컬로 창작한 것이죠. 사실 판타지아부터 알라딘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대부분 작품이 뮤지컬(혹은 현대판 뮤지컬인 MTV)적인 요소를 빼놓지 않고 있었으니 결코 디즈니의 뮤지컬 업력을 만만히 볼 수는 없습니다.




주지하다시피 뮤지컬 <아이다>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베르디의 동명 오페라(제목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그 내용은 전혀 모르는)를 원전으로 하는 작품입니다만, 이상하게도 한번도 오페라 작품을 접한 적이 없는 제게도 뮤지컬 <아이다>의 주인공과 그들의 이야기가 왠지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뮤지컬 <아이다>는 원작 애니메이션은 없지만 철저하게 디즈니적인 주인공의 디즈니스러운 이야기입니다. 강한 호기심을 가진 아름답고 용감한 당돌 소녀, 아이다는 디즈니 애니의 주인공들(뮤리엘, , 뮬란 등)을 쏙 빼닮은 자매로 또 다른 자매, 포카혼타스처럼 침략자와의 운명적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그리고 모든 디즈니 애니가 그러하듯이 <아이다>의 가장 큰 주제는 사랑과 우정을 통한 성장입니다. 아이다는 시련 속의 사랑을 통해 공주로 여인으로 성장하며 라다메스는 보편적 인류애를 깨닫습니다. 실연의 상처는 암네리스에게 진정한 군주의 위험을 부여합니다.

 

그러니까 강렬한 키스신도 있고 섹스신까지 암시되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다>는 디즈니적인 교훈의 안전한 성장스토리에 다름 아니라는 거!

 

 

아름다운 음악과 색채의 향연

 

록앤롤과 리듬앤블루스, 소울 뮤직 심지어 가스펠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아이다>의 넘버들은 팝의 거장엘튼 존의 작품답게 귀에 착착 감겨 듭니다. 엘튼 존은 흑인 영가와 록앤롤을 각각 누비아와 이집트의 음악 컨셉으로 잡음으로써 두 진영을 음악적으로 선명하게 구분하는 기능적 역할 또한 놓치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의 심경을 고스란히 표출하는 사랑의 발라드(‘How I Know You’, Written In The Stars, I Know The Truth)들은 때로는 애절하게 때로는 달콤하게 듣는 이의 가슴을 치며, 가스펠 ‘The Gods Love Nubia’를 듣노라면 누비아 노예들의 고단한 삶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집니다.

 

이 뮤지컬의 최강 넘버(Aida’s Strongest Song)는 단연코 ‘Dance Of The Robe’입니다. 이 노래는 그 자체로 기승전결의 드라마를 완성하고 있으며, 누비아 노예들의 역동적인 군무와 함께 어우러지면서 쉬이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만들어 냅니다. 자유로운 모험과 사랑을 쫓던 누비아의 노예 소녀’, 아이다가 백성들의 열망을 받아 들여 공주의 무게를 감당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은 이 작품의 절정입니다.

 

 

‘Dance Of The Robe’의 대척점에 있는 ‘Another Pyramid’는 라다메스의 아버지, 조제르의 음흉한 권력욕을 드러내는 곡으로 제복을 입은 이집트 병사들의 절도 넘치는 군무와 멋지게 어우러집니다. 또한 경쾌한 스윙풍의 록앤롤 ‘My Strongest Suit’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집트 최고의 셀러브레티, 암네리스 공주가 시녀들과 함께 노래하는 이 장면은 팝 아트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조명, 의상, 배경과 더불어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아이다>의 스펙터클을 완성하는 것은 강렬한 원색의 조명과 무대입니다.

<라이언킹>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층 화려하고 세련되게 업그레이드된 조화로운 원색의 향연은 관객의 눈을 쉴 새 없이 자극하면서 이 작품의 아름다운 노래와 안무를 더욱 값진 볼거리로 만들어 줍니다.

 

 

자신만만 정선아의 위엄

 

<시카고>, <42번가>, <몬테크리스토>를 거치며 최정상의 뮤지컬 여배우로 우뚝 선 옥주현의 노래와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었습니다. 특히 이 공연의 절정 ‘Dance Of The Robe’에서의 퍼포먼스는 보는 이를 전율시키는 강렬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흠잡을 것 없는 모범생의 깔끔한 연기였을 뿐 공연 전체적으로는 좌중을 압도하는, 무대를 휘어 잡는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그녀가 연기한 시카고의 록시 역시 무난하지만 2%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암네리스 정선아는 2005년 국내 초연 당시 어린 나이 때문에 오디션에 떨어졌던 아쉬움을 120% 날려 버리는 놀라운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드림걸즈>, <모차르트!>에서 확인된 그녀의 시원한 가창력은 또 한번 진화했으며 사랑 밖에 모르는 철없는 공주에서 실연의 아픔을 겪는 여인, 그리고 대제국의 군주로의 변모를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특히 암네리스를 패리스힐튼처럼 장난스럽게 묘사한 ‘My Strongest Suit’ 장면에서 그녀의 춤과 노래는 절로 관객의 탄성을 자아냅니다.

불과 스물일곱의 이 어린 여배우가 벌써부터 여유롭고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자신의 무대를 완벽하게 장악하는 모습은 경악스럽기까지 합니다.

 

오디션 당시 회자되었던 차지연의 아이다 캐스팅이 성사됐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위풍당당차지연과 자신만만정선아가 부딪히는 순간의 긴장감만큼은 최고가 아니었을까 괜히 기대하게 되네요^^

 

 

호강하는 눈, 귀와 달리 침묵하는 가슴의 울림

 

엘튼 존이 창조한 명품 넘버들과 최고의 안무, 그리고 강렬한 빛의 향연이 어우러지는 뮤지컬 <아이다>는 중독성 강한 스펙터클입니다. ‘Dance Of The Robe’‘My Strongest Suit’ 이 두 장면 만으로도 이 작품은 필견의 가치가 있습니다.

 

분명 <아이다>는 보는 이의 눈과 귀를 매혹시키는 아름다운 쇼 스펙터클이지만, 아쉽게도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전설적 러브스토리라는 홍보문구가 무색할 정도로 말이죠.

 

바로 이 점이 디즈니(가 제작한) 뮤지컬의 한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디즈니의 창작에 있어 해피엔드는 절대 원칙 중에서도 철칙입니다. 그 기준 하에 이미 많은 동화와 신화들을 해피엔딩으로 각색해 온 디즈니지만 베르니의 고전 오페라, 그것도 역사에 기반한 창작을 함부로 손댈 수는 없었던가 봅니다. 결국 디즈니는 시공을 넘어선 사랑의 완성이라는 작위적인 해피엔드를 덧붙이는 자충수로 비극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죠.

 

그렇다 하더라도 그 이유 때문에 <아이다>를 외면하는 건 영리한 선택은 아닐 것입니다. 누가 머래도 <아이다>의 스펙터클이 주는 감탄'은 어지간한 작품의 감동보다 몇 배 더 가치가 있습니다.

Posted by 다솜97
, |

서른 두 살엔 결혼할꺼야

- 뮤지컬 <달콤한 나의 도시> Review –

 

작년 여름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달달한 타이틀을 단 미니시리즈에 제법 아끼는 여배우 최강희가 나온다기에 몇 회 챙겨 보다가 팬시한 세트에 샤방샤방한 선남선녀들이 이른바 Cool한 연애질을 펼치는 트렌디물의 흔한 설정에 질려 이내 흥미를 접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올해 초 남한산성’, ‘퀴즈쇼등과 함께 달콤한 나의 도시가 뮤지컬로 만들어 진다는 포털 뉴스를 접하고서야 비로소 그때 그 드라마에 원작소설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내 생각했지요. ‘그 많은 창작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에 또 한 작품을 보태는구나

 

 

그런데 왠걸, 어쨌든 최소한 뮤지컬 <달콤한 나의 도시>는 가벼운 데이트 용 로맨틱 코미디만은 아니었습니다. 가벼운 공감보다 무거운 의미를 택한 것이 좋은 선택이었나, 그리고 그 선택이 성공적으로 연출되었나 하는 것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지만.

 

 

원작에 대한 몰이해

 

정이현의 원작소설(뮤지컬을 보기 전날 대본소에서 소설을 빌려 읽었습니다)은 대한민국 서울이라는 도시를 살아 가는 평범미혼’ ‘직장여성인 오은수가 서른 한 살의 나이에 느끼는 겪는 과연 나 지금 괜찮은 걸까라는 불안한 심리와 일상을 재기발랄한 문체로 세심하게 그려냄으로써 오은수와 유사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동년배(혹은 그 주변 나이의) 여성들의 동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뮤지컬 <달콤한 나의 도시>는 오은수의 일상의 심리를 조근조근 들려 주기 보다는 이를 결혼에 대한 짓눌린 강박으로 단순하게 치환해 버립니다.

극의 시작과 함께 제일 먼저 (무대 전면 아래 쪽에서 멋들어지게) 등장한 위치선택은 너의 것, 모두 네가 선택한 결과라고 무거운 목소리로 노래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계몽의 가르침은 극이 끝나는 순간까지 계속됩니다.

묵직한 계몽의 목소리와 달리 뮤지컬이 은수(와 수용자의 대부분인 여성 관객)에게 제시하는 선택의 폭이란 것이 고작 미래가 불확실한 연하 꽃미남과 사회경제적으로 안정적인 훈남 중 택일입니다. 이천년대의 첫 십 년이 거의 끝나가는 마당에 서른 한 살 미혼 여성의 선택으로 두 명의 상이한 스테레오 타입의 연애(결혼) 상대자를 제안하는 시대착오적 연출이 정말이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원작에 대한 해석이 이 정도였다면 차라리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노선을 택했던 것이 열두 배쯤은 더 나은 선택이지 싶습니다.

 

 

그나마 원작소설을 거의 고스란히 따라간 1부는 그렇게 심하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소설과는 전혀 다른 반전을 준비한 2부입니다. 은수의 또 하나의 남자, 영수의 밝혀진 정체가 은수의 정신적 성장의 계기가 되는 소설과 달리 뮤지컬은 영수의 정체를 은수의 환영으로 치부합니다. 이로써 뮤지컬은 서사 장르적으로 로맨틱 코미디에서 (‘식스센스디 아더스와 같은) 스릴러물로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하면서 서른 한 살 노처녀의 속물적 욕망(?)을 여실히 드러내고(은수는 그 욕망 때문에 미쳐 버린 것이다! 세상에나 ㅡㅡ;) 나아가 이를 질타하는 교훈극이 됩니다.

 

 

위치 캐릭터

 

한 번의 관람으로 뇌리에 기억될 만큼 인상적인 넘버(몇 가지 상이한 버전으로 노래되는 선택은 너의 것이 그나마 기억에 남는군요)는 없었지만 발라드와 가벼운 모던 락에 가까운 곡들은 전반적으로 듣기에는 좋았습니다. 3층으로 나누어진 무대 세트는 배우들의 동선을 정리하면서 장면의 변화를 관객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시도였으며 다양한 배경으로 영사되는 현실적이면서도 따스한 도시 이미지 또한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위치역의 김우형, 오은수로 분한 박혜나, 그리고 태오 역의 에녹 모두 검증 받은 배우들답게 좋은 노래와 연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이 세 배우의 성실하고 안정적인 퍼포먼스가 뮤지컬 달콤한 나의 도시의 가장 큰 미덕이지 싶습니다.

 

 

하지만 위치 캐릭터는 어떻게든 손을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오은수의 얼터에고에서 신(혹은 파우스트 같은 악마?)과 같은 전지적 캐릭터를 넘나 드는 위치의 역할은 너무도 절대적입니다(관객들과 정서적으로 주파수를 맞춰야 할 주인공 오은수의 캐릭터가 위치 캐릭터에 완전히 묻힙니다). 역할을 축소하거나 또는 과감하게 위치 캐릭터를 여자로 변경하여 오은수 내면의 보이스오버가 되도록 하면 어떨까요? 현재 위치의 캐릭터는 이 작품을 지나치게 남성적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웨딩펀드>에 이어 <달콤한 나의 도시>로 다시 한번 30대 미혼 여성의 일상과 고민을 뮤지컬 무대에 올린 황재헌 연출의 시도는 이번에도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했습니다. 오은수를 자신처럼 자매처럼 사랑한 소설의 애독자 또는 오은수를 만들어 낸 정이현 작가가 뮤지컬을 어떻게 보았을 지 궁금합니다.

 

 

(뮤지컬 달콤한 나의 도시, 2009 12 12 3,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Posted by 다솜97
, |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