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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화, 공연(뮤지컬, 연극) 등 보고 끄적이는 공간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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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판 로미오와 줄리엣

-뮤지컬 전국노래자랑리뷰-

 

- 공연 일시: 2012622() 오후 8

- 공연장: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 연출: 성재준

- 음악: 원미솔

- 캐스트: 서현철(이회장), 정수한(김회장), 김보경(이세연), 정민(김준혁), 정상훈(진수)

 

그 동안 꽤 많은 쥬크박스 뮤지컬을 봤지만 그 중에서 최고를 뽑으라면 단연코 올슉업입니다. 객석의 관객들을 쉴 새 없이 들썩이게 만드는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주옥 같은 히트곡들이 일단 매우 흥겹습니다. 하지만 뮤지컬 올슉업의 진정한 재미는 역대 최강 글쟁이 셰익스피어의 연애 소동극, ‘한 여름 밤의 꿈을 재치 넘치게 해석한 각색의 힘에 있었죠!

 

 

 

지난 22일 프리뷰 공연으로 막을 연 창작 쥬크박스 뮤지컬 <전국노래자랑> 역시 최고의 스토리텔러, 셰익스피어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슬쩍 빌려오는 것으로 작품의 기본적 재미를 손쉽게 확보합니다.

차용한 이야기는 그 유명한 로미오와 줄리엣’. 이 애절한 사랑의 대 서사를 <전국노래자랑>은 코미디로 치환하여 객석의 배꼽을 빼어 놓습니다.

 

 

 

 

이회장과 김회장, 두 가문이 원수로 척을 지게 된 배경에 25년 전 전국노래자랑에 얽힌 사연이 있다는 것부터 철없는 날라리로 탈바꿈한 신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캐릭터까지 뮤지컬 전국노래자랑은 관객들의 폭소 유발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결코 숨기려 하지 않습니다. 이 코미디의 화룡점정은 김회장의 비서, 세연의 약혼남 진수, 그리고 사이비 교주 이태일 등 멀티 배역을 노련한 애드립으로 능청스레 소화해 내는 우리 뮤지컬 최고의 재담꾼 정상훈이 찍습니다.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렌스 신부 역할을 대체하는 사이비 교주 이태일 캐릭터는 직접 보지 않고는 설명 불가능한 폭소 핵폭탄입니다 ^^

 

또한 원미솔 음악 감독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히트 가요들을 완전히 새롭게 창작해 내어 들려 줍니다.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는 묵직한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하드락으로, 윤복희의 여러분은 보다 더 진한 솔이 느껴지는 블루스로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합니다.

 

그리고 라이선스 미스사이공의 공식 김보경 배우의 청아한 목소리와 빈틈없는 가창은 이 공연과 이 공연을 보는 관객들에게 절대 은혜로운 선물로 <전국노래자랑>의 격을 크게 올려 놓는 무기입니다!

 

마지막으로 중극장 동숭홀이 좁게 느껴지는 위트와 에너지 넘치는 앙상블 군무에도 박수를!

 

초연 첫 공연 무대여서 아직 기술적으로 거칠고 이야기의 군더더기 등 아쉬운 점이 다소 눈에 띄었지만 뮤지컬 <전국노래자랑>, 앞으로의 진화가 더욱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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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aked Coconut: 코코넛 탄 사나이

 

공연명 - 뮤지컬 스팸어랏 - 아더왕의 성배원정대

공연일 - 2010930() 오후 8

공연장 - 한전아트센터

캐스트 - 정성화(아더), 신영숙(호수의여인), 정상훈(란슬롯), 김재범(로빈), 예성(갈라하드), 김대종(베데베르), 김호(패시)



고전 컬트 코미디 몬티파이튼의 성배를 뮤지컬 무대로 옮긴 무비컬, <스팸어랏>의 국내 초연이 무성한 화제를 만들어 내며 순항 중에 있습니다. 영화 몬티파이튼의 성배는 캠브릿지, 옥스퍼드 등 영국 명문대 출신 작가와 배우들로 구성된 코미디 집단 몬티파이튼의 개그 연작 마지막 편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러닝타임 내내 작렬하는 막장 개그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들을 맘껏 비틀고 조롱하는 영화입니다.




처음 뮤지컬 <스팸어랏>의 공연 소식을 접했을 때 매우 큰 기대와 함께 그보다 아주 조금 큰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미 접했던 원작 영화의 개그 코드가 한국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자국의 박스오피스를 날려 버렸던 오스틴파워 시리즈, 주성치의 초기 코미디 영화 모두 국내에서는 그다지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죠), 그리고 이 코미디가 유발하는 웃음의 유형이 푸하하하박장대소가 아닌 키득키득과 같은 소극적 반응이기에 뮤지컬이란 무대 장르에 잘 맞지 않을 거란 생각이 그 이유였습니다.

 

예상은 깨질 때 더욱 짜릿한 법!

한국적 크리에이티브로 완벽하게 재창조된 <스팸어랏>은 객석의 관중을 열광적인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습니다.

 

 

지축을 울리는 코코넛 껍질, ‘소리 높이 외친다!

 

<스팸어랏>은 대영제국을 통일한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들이 신의 계시로 벌이는 모험 성배를 찾아서를 서사의 뼈대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원탁의 기사들과 그들의 영웅적 모험담 따위는 잊어 버리는 편이 좋습니다. 뮤지컬 <스팸어랏>에게 있어 아더왕 이야기는 그저 표면적 컨셉일 뿐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웃기기 위해 일단 갖추고 입어야 할 옷 정도라고 할까요.


 

근엄한 표정의 아더왕이 코코넛을 따가닥거리며 등장하는 장면부터 스멀스멀 웃음 바이러스가 객석으로 퍼져 나갑니다. 짐짓 거만한 표정으로 위대한 영국의 왕임을 자부하는 아더왕은 백성들의 웃음거리로 전락, 조롱 당하기가 일수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그의 정중한 기사 가입 권유는 제비가 코코넛의 대륙간 이동을 할 수 있느냐는 엉뚱한 과학적 토론에 묻혀 버리고(끝까지 버티던 아더는 슬그머니 코코넛을 따가닥거리며 무대 밖으로 빠져 나갑니다^^) 그의 왕위에 대한 정당성을 설명해 주는 호수의 여인과 엑스칼리버전설은 호수에 빠진 광녀의 해프닝으로 단칼에 평가절하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모험에 합류한 원탁의 기사들도 아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사단 최고의 꽃미남으로 아더와 기네비아를 다퉜다고 알려진 호수의 기사, 란슬롯은 결혼식 습격사건을 계기로 성정체성(게이)을 깨닫게 되고 용감무쌍한 로빈은 적과 마주치자 마자 꽁무니를 빼는 천하의 겁쟁이로 자신의 음유시인들에게 조롱을 당합니다. 여기에 코코넛과 제비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제시하여 아더왕의 측근이 된 지략가 베데베르의 더할나위 없는 멍청함까지 더한다면! 이 인간들, 그야말로 본격 하드코어돈키호테 그룹이라고 할만 합니다^^

 

권위에 대한 조롱이야말로 코미디의 정수일 것입니다. <스팸어랏>은 영미 문화의 신성적 존재들을 시원하게, 거침없이 까대며 코미디의 진수, 그 끝장을 보여 줍니다.(창작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에서 땅바닥으로 추락한 성웅 이순신의 모습에 우리가 얼마나 즐거워 했는지요 ^^)

 

 

웬만해선 이들을 말릴 수 없다!

 

그런데 이 배우들, 원래 이렇게 막무가내로 웃긴 사람들이었나요?

희극인 출신의 정성화 씨나 뮤지컬 판의 소문난 재담꾼 정상훈 씨야 이미 다양한 작품에서 코믹 연기의 재능을 보여 줬지만 반듯한 이미지의 김재범 씨와 신영숙 씨가 이 정도로 망가질 줄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이 외에도 <스팸어랏>의 모든 배우들은 코미디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하고 완벽히 체화한 연기를 보여 줍니다. 심지어 대사 한마디 없는 앙상블마저도 큰 웃음을 책임집니다.



 

일반적으로 코믹 연기를 진지한 정극 연기에 비해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제대로 된 코믹 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안면 근육 왜곡의 정도, 개그를 치는 타이밍, 배우들 간에 주고 받는 대사의 합 등을 자로 잰 듯 치밀하게 계산하여 연기하지 않으면 제대로 관객을 웃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감성에 크게 의존하는 정극 연기와 달리 이성적 계산이 핵심인 코믹 연기는 상당한 테크닉이 동반되는 머리의 연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짐작하건대 공연 전 연습량이 엄청났을 겁니다. 쉴새 없이 빵빵 터지는 관객들의 웃음은 이들이 연습실에서 흘린 땀의 부피에 정확히 정비례하고 있습니다.


 


아는 만큼 웃는다

 

<스팸어랏>이 원작 영화를 무대로 옮기면서 장착한 비장의 무기는 패로디입니다. 그리고 그 무기는 한국 공연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되어 더욱 큰 힘을 발휘합니다.

 

원탁의 기사에 꽁지 붙어 등장한 자기 자리를 잘못 찾은 라만차의 기사로 가볍게 시작된 패로디 릴레이는 지킬앤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미스사이공, 시카고, 노틀담드파리, 심지어 창작 점프의 캐릭터가 총출동하는 장면에서 폭소의 정점을 찍습니다.


 

 

나아가 뮤지컬 장르의 컨벤션을 패로디 하고(호수의 여인이 등장 때마다 부르는 넘버 아까 한 노래, 했던 그 노래. 맨날 이 노래’ ^^) 심지어 뮤지컬 산업 자체를 패로디합니다. 최근 국내 뮤지컬 산업의 스타 캐스팅을 비꼬는 장면에는 통렬한 웃음과 동시에 <스팸어랏> 역시 아이돌(슈퍼주니어의 예성) 캐스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자괴적 비애가 함께 합니다.

 


이 중에서도 최고의 패로디는 배우 정성화의 존재 그 자체입니다. 아더왕과 패시의 모습이 너무도 익숙하진 않나요? 정성화는 자신의 대표적 캐릭터인 맨오브라만차돈키호테의 아우라를 고스란히 끌어 온 자기 반영적 패로디의 경지로 코미디 <스팸어랏>‘The Possible dream’을 기어이 완성합니다.

 

 

취향에 따라 <스팸어랏>은 개연성 없는 엉터리, 그야말로 정키 식품의 대표주자 스팸같은 작품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스팸어랏이 ‘Spam a lot’ 이라는 설도 있습니다만^^) 하지만 애써 눈에 힘주지 않고 개그콘서트 보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이 작품을 즐긴다면 공연 후 최소 1주일 동안은 시도 때도 없이 실실 웃는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랄 겁니다 ^^

 

 

덧붙이는 말.

웃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도 확실하게 느껴지는 건 이 작품의 넘버들이 꽤나 좋다는 겁니다. 이 중 카멜롯 성에서의 카니발 합창과 로빈의 음유시인들이 자신의 주군을 비꼬는 노래는 영화 <몬티파이튼의 성배>에도 나온다는 거 ^^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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