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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일 - 2010 818() 오후 8

공연장 - 두산아트센터
캐스트 – 송화(이자람), 동호(임태경), 유봉(홍경수), 동호母(이영미), 바니(조영경)



 

1993, 임권택의 서편제

 

군 입대를 한달 정도 앞 둔 1993년 늦은 5월이었을 겁니다. 입대 전에 좋아하는 영화나 실컷 봐야지 하며 온갖 개봉 영화를 섭렵하고 다닐 때였죠. 액션 활극 장군의 아들을 보고 팬이 된 임권택 감독만 믿고 단성사로 향한 저는 제목 참 고답스럽네 생각했던 서편제의 개봉일 조조 티켓 한 장을 손에 들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얼핏 20% 정도가 찬 객석을 보며 큰 기대는 말아야지, 오늘은 예술적 교양이나 고취해 보자했었는데 상영이 끝나 극장에 불이 들어 왔을 때 저는 주체하지 못 할 감정에 한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조금 지나 진정이 된 후 주변을 둘러 보니 다른 관객들의 사정도 저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서편제신드롬의 시작이었습니다.

 

임권택 감독의 1993년 작, ‘서편제(임 감독님의 모든 작품이 그러했듯이) 남한 근대화의 역사 속에서 상처받고 부서져 간 패배자들을 아프지만 따스하게 보듬는 작품입니다. ..를 통해 한국인의 한을 제대로 표출했다는 이 영화에 대한 일반의 평가는 지극히 단순한 인상일 뿐입니다. 임권택의 가장 대중적인 걸작, ‘서편제는 분명 한국적인 영상 미학의 정점이라고는 할 수 있지만 소리를 영화적으로 표현하겠다는 그의 예술적 야망은 절반 정도의 성공으로 그치고 말았지요. 사실 영화 서편제에서 관객의 감성을 음악적으로 지배하는 건 득음의 경지에 오른 송화의 소리가 아니라 김수철의 오리지널 스코어입니다. 결국 임권택의 예술적 야심은 이천년대에 들어와서야 춘향뎐을 통하여 성취됩니다.

 

 

2010, 뮤지컬 서편제

 

뮤지컬 <서편제>가 원작 영화와의 경주를 포기한 건 똑똑한 선택이고 또한 당연한 선택입니다. 뮤지컬이란 무대 예술은 영화와는 크게 다른 표현 방식을 가진 예술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편제>는 영화 서편제의 자장에서 완전히 벗어 나지는 못합니다. 또는 의도적으로 영화의 아우라를 끌어 오려 합니다.)



 

<서편제>는 소설(이청준의 단편 청학동 나그네’)과 영화의 서사 일부만을 인상적으로 차용합니다. 그리고 뮤지컬이란 장르에 맞게 재구축을 시도했습니다. 엄지 손가락을 치켜 내울 정도의 대단히 성공적인 시도라고 보긴 어렵지만 그 결과가 가히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적이라는 것, 그 정체성을 뮤지컬로 표현하겠다는 것이 이 작품의 목표였다면 그 것에 대한 평가는 좀 더 냉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서편제>판소리를 소재로 한...입니다. 한국적인 소재와 주제를 담은 대중적인 뮤지컬로서 <서편제>는 나쁘지 않습니다. 아니 꽤 괜찮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우리 소리, 서편제로 표현되는 뮤지컬 작품을 고민하고 이를 성취하고자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랬다면 지금 공연 중인 <서편제>와는 완전히 다른 창조적인 작품이 나왔겠지요 그것이 대단한 성공이든 처참한 실패든 간에.

 

 

시간은 남고 할말은 없고: 서사의 잉여

 

영화와 달리 <서편제>는 송화가 아닌 동호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 갑니다. 동호는 의붓아비 유봉(더 나아가 유봉의 소리)이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다고 생각합니다.(이후 그의 절절한 사모곡은 뮤지컬 <서편제>의 서사에 있어 중요한 축이 됩니다)

어머니를 두고 유봉과 경쟁했던 어린 동호는 또다시 의붓누이 송화를 두고 아버지 유봉과 경쟁합니다.(유봉은 결국 소리입니다) 결국 동호는 그가 사랑한 두 여인을 유봉(소리)에게 빼앗기고 홀로 떠나 갑니다. 떠나 간 동호는 팝스타로 성공하지만 득음을 위한 수행을 계속하는 송화와 유봉은 변해 가는 세상 속에서 점점 추락해 갑니다.


 

 

얼핏 영화의 스토리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생각해 보면 (영화와 달리) 송화와 유봉을 떠난 동호가 팝스타가 된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뮤지컬이기 때문에 동호는 팝스타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사실 서편제의 이야기는 송화의 득음에서 모두 끝난 것입니다. 하지만 뮤지컬 <서편제>는 여기에서 이야기를 끝낼 수가 없습니다. 송화와 동호의 해후까지 남은 시간 동안 계속해서 무언가 볼거리를 관객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결국 동호는 (물론 우리 소리의 대척점에 있는 대중음악을 한다는 명분도 있지만 그 보다는 좀더 기능적인 필요에 의해) 팝스타가 되어야만 하고 계속해서 송화를 그리워하는 애절한 넘버를 부르고 불러야만 하는 것이죠.

이것이 뮤지컬 <서편제>의 딜레마입니다. 할 말 다한 인기 드라마의 연장 방송이 지루하기 짝이 없듯이 <서편제> 2부는 사족에 불과합니다. 그 중에서도 클럽 테크노 씬은 정말이지 볼썽사나운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시대와 전혀 맞지 않는 테크노 음악은 윤일상과 합작한 이지나 연출의 파격으로 친다 하더라도 클럽 한 켠에 요상한 의상을 입힌 송화를 세워 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서편제>가 적극적으로 영화의 아우라를 끌어 온 부분이 있다고 했는데요. 바로 저 유명한 진도아리랑롱테이크 장면과 송화와 동호의 재회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송화와 동호의 재회 장면이 특별했습니다. 영화에서 송화와 동호가 재회 모습은 마치 운우의 정을 나누는 듯 두 사람의 소리와 북이 어우러졌다고 표현됩니다. 사실 영화에서는 득음한 송화의 노래가 동호의 북과 어우러지는 것을 들을 수 없습니다. 대신 송화와 동호의 얼굴 클로즈업을 연속 교차 편집하면서 김수철의 애잔한 스코어를 들려 줍니다. 임권택 감독은 도저히 득음의 경지를 표현할 길이 없어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장면을 뮤지컬 <서편제>은 마주 앉은 두 사람의 실제 합주를 들려 주면서 두 사람의 감정이 고조되는 것을 조명으로 표현합니다. 결국 무대를 가득 채워 송화와 동호를 감싸는 환하고 따듯한 빛이 기어이 관객들을 울리고 맙니다. <서편제>의 단 하나의 장면을 꼽으라면 두말 할 나위 없이 이 장면입니다. (이에 못지 않은 장면은 송화의 백발가를 들으며 떠나 가는 유봉의 죽음입니다. 영화에서 없었던 이 장면은 환상처럼 등장하는 동호母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뮤지컬 작곡가 윤일상

 

미니멀한 무대 미술은 탁월했습니다. 흰색을 컨셉으로 오브제를 최소화한 무대는 비움의 미학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 주었고 따듯한 느낌의 조명과도 조화를 잘 이뤘습니다. 하늘하늘 날리는 한지 모자이크 칸막이는 그 자체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배우들의 동선을 정리하는 기능적 역할에도 충실했습니다. , 좌석(사이드)에 따라 칸막이로 인해 시야가 제한되는 점은 어떻게든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됩니다.

 

이지나 연출은 인터뷰를 통해 뮤지컬 <서편제>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요소로 음악을 꼽은 바 있습니다. 그녀는 가요계의 마이다스, 윤일상에게 작곡을 맡김으로써 관객의 정서적 몰입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동시에 국악계의 어린 뮤즈, 이자람을 합류시켜 소재로서의 우리 소리를 공고히 하려 시도했습니다. 국악을 믹스한 윤일상의 다양한 크로스 퓨전 넘버들은 듣는 순간 귀에 착착 붙는 맛은 넘쳐 났지만 그만큼 휘발성이 강한 약점이 있습니다. (공연을 본 지 이틀 정도 지난 시점에서 <서편제>의 모든 넘버가 기억 속에 흐릿해지더군요) 그리고 지나친 판단일지 모르겠지만 이자람 씨의 경우는 그저 이 작품의 소재주의에 소비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 음악의 어떤 부분에서 그녀의 재능이 발휘된 것인지 쉽게 찾아 볼 수가 없네요. (배우로서의 이자람은 물론 다른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녀의 송화는 오정해의 신화적 송화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처연함과 소리에 대한 굳은 의지의 표현만큼은 모자람이 없었으며 몇 장면에서는 전율이 일 정도였습니다)

 

아름다운 스토리와 이자람의 빼어 난 연기, 그리고 비범과 파격을 넘나 드는 흥미로운 연출 등 분명 <서편제>는 대중 뮤지컬 작품으로 단점보다 미덕이 훨씬 많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의도한 한국적뮤지컬이라는 지향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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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의 피를 끊게 만드는 대 모험 로망 삼총사의 알렉상드르 뒤마가 남긴 또 다른 걸작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그야말로 복수 서사물의 원형이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에게는 암굴왕이란 제목으로 잘 알려진 이 소설의 내용은 자신이 가장 믿었던 친구들의 배신으로 자유와 사랑을 빼앗기고 지옥으로 떨어졌던 청년 단테스가 복수의 화신으로 부활하여 벌이는 냉정하고 잔혹한 복수극입니다.

이 소설을 읽은 지 벌써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지하감옥을 탈출하는 장면에서 손에 땀을 쥐던 흥분과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처절한 복수에 통쾌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린 소년의 가슴을 아리게 했던 연인 메르세데스와의 비련 역시.

 

영화(14년간 갇혀 지낸 단테스와 15년간 감금 당한 오대수.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조차 몬테크리스토의 자장 안에 있습니다 ^^;)로 드라마로 여러 차례 만들어졌던 이 장대한 복수극이 이번에는 뮤지컬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오오! 프랑크 와일드혼

 

올해 상반기 뮤지컬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몬테크리스토>. 일찌감치 발표된 화려한 캐스팅도 한 몫 했겠지만 그 무엇보다 (한국인이 사랑해 마지 않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작곡가 프랑크 와일드혼의 최신작이라는 점이 분명 그 기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장에 대한 기대는 한치도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장엄한 ‘Prologue’부터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이유 모를 불안과 기대로 관객들의 가슴은 두근대고 이때 이미 거장은 자신의 음악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쥐락펴락하기 시작합니다.

사랑에 빠진 연인 단테스와 메르세데스의 듀엣 사랑이 진실할 때는 감미로움으로 충만하며 욕망으로 친구를 배신한 세 악당의 뻔뻔한 변명 역사는 승리자의 것은 분노를 자아냅니다. 결연한 복수를 천명하는 몬테크리스토의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에는 짜릿한 대리만족의 통쾌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대 곁에

뮤지컬 역사 상 가장 드라마틱한 발라드 중 하나로 기억될 이 노래는 영원한 사랑에 대한 절절함과 그 이상의 안타까움이 함께 묻어 납니다. 분명 오랫동안 뮤지컬 팬들을 매혹시킬 곡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완벽하리만치 아름다운 곡들을 소화하는 배우들의 역량 또한 박수를 주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류정한은 마치 지킬앤하이드에서 그랬던 것처럼 순수한 청년 단테스와 복수의 화신 몬테크리스토를 상이한 인격으로 분리하여 연기합니다. 메르세데스와 사랑을 속삭이는 단테스의 목소리는 한없이 감미롭고 부드러운 반면에 지옥을 경험한 몬테크리스토의 노래는 카리스마 넘치는 분노로 활활 타오릅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원수들 앞에서 짐짓 냉정한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지만 거칠 것 없는 분노의 표현이 주는 카타르시스도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비련의 여인, 메르세데스를 연기한 차지연의 폭발적인 가창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차지연의 메르세데스에는 연인의 죽음 후 세상을 버린 듯한 처연함을 넘어 선 강한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옥주현씨라면 보다 처연함을 강조된 연기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

전동석의 알버트는 로미오처럼 매력이 넘쳤고 이용근의 파리아 신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웃음을 주었습니다.

 

다만 악당 삼인방(몬데고, 빌포트, 당글라스)2부 연기는 1부에서만큼 인상적이지 못했는데요. 이건 배우들의 탓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2부에는 마땅한 그들의 몫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서사의 파탄, 아쉬운 결말

 

최고로 행복한 순간에 나락으로 추락한 단테스가 지하 감옥에서 파리아 신부를 만나 자신을 배신한 원수의 실체를 알게 되고 복수의 의지로 몬테크리스토가 되는 순간까지의 1부는 빠른 호흡으로 비교적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진행됩니다. , 이로써 관객들 또한 몬테크리스토가 되어 통쾌한 복수를 만끽할 준비를 마치게 되지요.

 

어랍쇼, 그런데 복수의 준비가 너무도 숨가빴던 탓일까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복수의 클라이맥스 입구에서 우물쭈물 하더니 후다닥 복수극을 대충정리해 버립니다. 그리고는 악인들은 모두 천벌을 받고 우리의 주인공들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동화스런 해피엔딩을 떡하니 내놓습니다. 알버트의 아버지가 몬테크리스토라는 스타워즈(I’m your father!)식 반전까지 곁들여서 말이죠.

 

완벽하게 매혹적인 복수극이 순식간에 허무 농담으로 전락하는 당혹스런 결말입니다.

 

이 허무한 결말에 맥이 빠지긴 했지만 프랑크 와일드혼의 아름다운 음악과 더불어 이 작품의 스펙터클한 의상과 무대 효과는 꽤나 유효합니다.

세트와 영상을 효과적으로 믹스한 단테스의 수중 탈출, 해적선에서의 Rock 콘서트(^^;), 로마에서의 카니발과 검투 장면, 몬테크리스토의 파리 사교계 입성 파티 등 보는 이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볼거리가 정말 풍부했습니다.

 

뒤마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고스란히 무대로 옮기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무대가 줄 수 있는 스펙터클을 최대화 하는 것, 어쩌면 이것이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전략인 동시에 한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2010423일 오후 8, 유니버설 아트센터,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 캐스트류정한(에드몬드 단테스), 차지연(메르세데스), 조휘(몬데고), 전동석(알버트), 이용근(파리아 신부), 조순창(빌포트), 장대웅(당글라스), 한지연(루이자), 이미경(발렌타인)


위 리뷰는 리뷰전문 사이트 오픈리뷰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openre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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