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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뷰 전문 사이트 오픈리뷰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openreview.co.kr

공연일 - 2010710, 11, 13

캐스트신성록-이창용(10), 류정한-이창용(11), 류정한-이석준(13)

 

네 머리 속에 이야기만 수천 개야, 그 중에 하나 골라 쓰면 돼

 

이야기와 이야기, 그리고 또 이야기.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이하 <스토리>)의 정체성은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토마스 위버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작가이며 바로 지금 절친 앨빈 캘비의 생을 기리는 이야기(송덕문)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 토마스와 앨빈의 우정은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인 영화 멋진 인생으로 시작되었고 두 친구의 빛나는 유년의 추억 대부분이 앨빈 아버지의 서점 헌책과 새책에서 쌓은 것입니다. 앨빈은 ‘1875년보다 좀 더 멋진 1876년을 만든이야기 톰소여의 모험을 선물하는 것으로 토마스에게 작가로서의 삶을 선물했습니다.

 

<스토리>는 친구 앨빈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망연한 토마스가 그 죽음의 의미와 이유를 묻는 여정입니다.

죽마고우 단짝의 죽음을 접한 토마스의 처음 마음은 죄책감(‘난 앨빈을 위해 아무것도 해 주지 못했어’)입니다. 죄책감에서 벗어 나고자 하는 토마스는 앨빈의 죽음에 대한 이유를 찾아 보지만 보지 못한 일(스스로 택했다고 추측되는 앨빈의 죽음)에 대해서 알 수는 없는 법. 그래서 토마스는 죽음의 직접적인 이..를 찾는 대신 앨빈과의 추억을 하나씩 떠올려 보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죽음의 의..를 찾으려 시도합니다.


 

 

토마스와 앨빈, 두 친구의 켜켜이 쌓인 추억 이야기로의 여행에 동참했던 관객들은 어느 사이 자신들만의 내 인생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시게 됩니다. 경험한 바 자신하건대 <스토리>는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볼 때 더 많은 이야기가 보이고 그로 인한 가슴 속 울림이 커지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우정’, 인류 보편적 감성

 


사실 <스토리>는 굉장히 미국적인 이야기입니다. 극 중 중요한 상징이 되는 멋진 인생’(스필버그가 가장 좋아한다는 프랑크 카프라의 걸작 영화)톰소여의 모험은 미국민의 보편적 감성을 대표하는 작품들입니다. ‘멋진 인생을 모르고서는 토마스를 영화 속 수호천사 클라렌스처럼 생각했던 앨빈의 토마스에 대한 애착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조지 베일리와 달리 앨빈이 다리에서 뛰어내렸을 때 그의 수호천사 토마스는 없었습니다) ‘톰소여의 모험속 주인공 톰과 허크의 빛나는 우정(저는 이 소설의 주제가 우정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은 고스란히 유년시절의 토마스와 앨빈에게 투사되지만 소설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그 의미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왜 앨빈이 수많은 이야기들 중 톰소여의 모험을 택했을까?)


 

 

전형적 미국 문화의 적극적 인용에 어리둥절할 수도 있지만 크게 길을 잃을 위험은 없습니다.

우정’, 특히 유년시절의 우정은 전 세계인에게 통용되는 만국 공통의 감성 언어이기 때문이죠! <스토리>는 소박하지만 세련되게, 조용하지만 큰 울림으로 우정의 소중함을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스토리>의 넘버는 아름답지만 스코어 자체가 도드라지기 보다는 이야기와 이야기의 정서를 보조하는 역할에 충실합니다. 이 영리한 선택 덕분에 이 작품의 드라마가 한층 유려하게 물 흐르듯 진행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미세스 래밍턴’, ‘1876’, ‘나비’, 그리고 토마스와 앨빈의 마지막 이중창 등 모든 넘버(의 스코어와 가사)는 따스하고 편안하며 아름답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넘버는 세 차례나 등장하는 우리 이별할 때입니다. 이 넘버가 특별한 건 과거 이별 당시 토마스의 심정 이상으로 앨빈을 저 세상으로 영원히 떠나 보낸 현재 토마스의 슬픔이 강하게 전달되었기 때문입니다.

 

 

토마스와 앨빈’()

 

달콤한 미성과 정확한 딕션, 류정한씨의 당대 최고의 가창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컨디션 탓인지 7 11일 프리뷰 때는 다소 불안했지만 13일 오픈 공연에서는 바로 본 궤도에 올라섰습니다) 게다가 꼬마 토마스를 연기할 때의 앙증맞은 모습은 이전과는 다른 의미에서 여성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듯 합니다(전 폭소를 터뜨렸지만 ^^) 하지만 성인 토마스 때의 지나치게 심각하고 드라이한 모습과 동숭극장을 울리는 정교한 가창은 전체적인 드라마와 유리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히려 신성록씨의 토마스가 좀 더 느낌이 좋았습니다. 이 작품에서만큼은 그의 매력적인 중저음이 류정한씨의 미성보다 더 잘 어울리는 듯 합니다. 조근조근 관객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스토리>의 스타일 상 토마스는 저음의 배우가 맡았을 때 드라마적으로 더 강한 흡인력이 있지 않나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성인 토마스의 표현에 있어서도 류정한씨는 작가라기 보다는 회계사 같은 느낌인 반면에 신성록씨는 슬럼프에 빠진 작가의 분위기를 잘 풍겼던 것 같습니다. 좀 더 인간적인 느낌.

 

 

작년 스프닝어웨이크닝이 조정석을 위한 작품이었다면 <스토리>는 이창용을 위한 작품입니다.

 

웃고 찡그리는 표정, 자그마한 동작, 귀여운 말투, 어딘가 외로워 보이는 분위기 모두가 그야말로 특별한 아이, 괴짜 앨빈 그 자체였습니다. 표현력만큼이나 훌륭한 노래 솜씨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미세스 래밍턴을 노래할 때의 따듯하고 귀여운 앨빈의 표정이 오랫동안 기억될 듯 합니다.

이석준씨는 앨빈보다는 앨빈의 아버지가 더 잘 어울릴 듯 합니다. 실제로 The Greatest Gift’에서 앨빈이 책을 찾아 주는 아버지 흉내를 낼 때 그게 흉내처럼 느껴지지가 않더라는 ^^;

이창용의 앨빈이 감수성 강한 괴짜 왕따 소년의 이미지라면 이석준이 표현하는 앨빈은 성장하고서도 철이 안 난 동네 형 같은 이미지랄까요,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인상입니다 ^^

 

뮤지컬 <스토리>에는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와 격렬한 감정의 부딪힘 같은 자극적인 장치는 없습니다. 그저 소박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풀어 놓을 뿐이지만 그 잔잔한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뭉클해지는 가슴과 뜨거워진 눈시울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최소한 두 번은 깜짝 놀랄 마법과 같은 순간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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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의 피를 끊게 만드는 대 모험 로망 삼총사의 알렉상드르 뒤마가 남긴 또 다른 걸작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그야말로 복수 서사물의 원형이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에게는 암굴왕이란 제목으로 잘 알려진 이 소설의 내용은 자신이 가장 믿었던 친구들의 배신으로 자유와 사랑을 빼앗기고 지옥으로 떨어졌던 청년 단테스가 복수의 화신으로 부활하여 벌이는 냉정하고 잔혹한 복수극입니다.

이 소설을 읽은 지 벌써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지하감옥을 탈출하는 장면에서 손에 땀을 쥐던 흥분과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처절한 복수에 통쾌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린 소년의 가슴을 아리게 했던 연인 메르세데스와의 비련 역시.

 

영화(14년간 갇혀 지낸 단테스와 15년간 감금 당한 오대수.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조차 몬테크리스토의 자장 안에 있습니다 ^^;)로 드라마로 여러 차례 만들어졌던 이 장대한 복수극이 이번에는 뮤지컬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오오! 프랑크 와일드혼

 

올해 상반기 뮤지컬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몬테크리스토>. 일찌감치 발표된 화려한 캐스팅도 한 몫 했겠지만 그 무엇보다 (한국인이 사랑해 마지 않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작곡가 프랑크 와일드혼의 최신작이라는 점이 분명 그 기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장에 대한 기대는 한치도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장엄한 ‘Prologue’부터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이유 모를 불안과 기대로 관객들의 가슴은 두근대고 이때 이미 거장은 자신의 음악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쥐락펴락하기 시작합니다.

사랑에 빠진 연인 단테스와 메르세데스의 듀엣 사랑이 진실할 때는 감미로움으로 충만하며 욕망으로 친구를 배신한 세 악당의 뻔뻔한 변명 역사는 승리자의 것은 분노를 자아냅니다. 결연한 복수를 천명하는 몬테크리스토의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에는 짜릿한 대리만족의 통쾌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대 곁에

뮤지컬 역사 상 가장 드라마틱한 발라드 중 하나로 기억될 이 노래는 영원한 사랑에 대한 절절함과 그 이상의 안타까움이 함께 묻어 납니다. 분명 오랫동안 뮤지컬 팬들을 매혹시킬 곡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완벽하리만치 아름다운 곡들을 소화하는 배우들의 역량 또한 박수를 주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류정한은 마치 지킬앤하이드에서 그랬던 것처럼 순수한 청년 단테스와 복수의 화신 몬테크리스토를 상이한 인격으로 분리하여 연기합니다. 메르세데스와 사랑을 속삭이는 단테스의 목소리는 한없이 감미롭고 부드러운 반면에 지옥을 경험한 몬테크리스토의 노래는 카리스마 넘치는 분노로 활활 타오릅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원수들 앞에서 짐짓 냉정한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지만 거칠 것 없는 분노의 표현이 주는 카타르시스도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비련의 여인, 메르세데스를 연기한 차지연의 폭발적인 가창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차지연의 메르세데스에는 연인의 죽음 후 세상을 버린 듯한 처연함을 넘어 선 강한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옥주현씨라면 보다 처연함을 강조된 연기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

전동석의 알버트는 로미오처럼 매력이 넘쳤고 이용근의 파리아 신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웃음을 주었습니다.

 

다만 악당 삼인방(몬데고, 빌포트, 당글라스)2부 연기는 1부에서만큼 인상적이지 못했는데요. 이건 배우들의 탓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2부에는 마땅한 그들의 몫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서사의 파탄, 아쉬운 결말

 

최고로 행복한 순간에 나락으로 추락한 단테스가 지하 감옥에서 파리아 신부를 만나 자신을 배신한 원수의 실체를 알게 되고 복수의 의지로 몬테크리스토가 되는 순간까지의 1부는 빠른 호흡으로 비교적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진행됩니다. , 이로써 관객들 또한 몬테크리스토가 되어 통쾌한 복수를 만끽할 준비를 마치게 되지요.

 

어랍쇼, 그런데 복수의 준비가 너무도 숨가빴던 탓일까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복수의 클라이맥스 입구에서 우물쭈물 하더니 후다닥 복수극을 대충정리해 버립니다. 그리고는 악인들은 모두 천벌을 받고 우리의 주인공들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동화스런 해피엔딩을 떡하니 내놓습니다. 알버트의 아버지가 몬테크리스토라는 스타워즈(I’m your father!)식 반전까지 곁들여서 말이죠.

 

완벽하게 매혹적인 복수극이 순식간에 허무 농담으로 전락하는 당혹스런 결말입니다.

 

이 허무한 결말에 맥이 빠지긴 했지만 프랑크 와일드혼의 아름다운 음악과 더불어 이 작품의 스펙터클한 의상과 무대 효과는 꽤나 유효합니다.

세트와 영상을 효과적으로 믹스한 단테스의 수중 탈출, 해적선에서의 Rock 콘서트(^^;), 로마에서의 카니발과 검투 장면, 몬테크리스토의 파리 사교계 입성 파티 등 보는 이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볼거리가 정말 풍부했습니다.

 

뒤마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고스란히 무대로 옮기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무대가 줄 수 있는 스펙터클을 최대화 하는 것, 어쩌면 이것이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전략인 동시에 한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2010423일 오후 8, 유니버설 아트센터,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 캐스트류정한(에드몬드 단테스), 차지연(메르세데스), 조휘(몬데고), 전동석(알버트), 이용근(파리아 신부), 조순창(빌포트), 장대웅(당글라스), 한지연(루이자), 이미경(발렌타인)


위 리뷰는 리뷰전문 사이트 오픈리뷰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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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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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람들

- 뮤지컬 영웅 Review -

 

. . .

100년 전 중국 하얼빈 역에서의 역사(歷史)를 환기시키는 강렬한 총성과 기차의 굉음으로 뮤지컬 <영웅>은 시작됩니다. 막이 오르기 전 어둠 속 총성이 마치 지금부터의 이야기에 집중하여 주세요!’라는 강력한 주문처럼 들립니다.

 

 

 

서른 한 살 청년 안중근

 

뮤지컬 <영웅>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이제는 위인이라는 호칭으로 역사 교과서에 화석처럼 굳어 버린 안중근이라는 백 년 전 인물은 이 작품을 통하여 피와 살을 가진 서른 한 살 청년으로 우리 앞에 현현(顯現)합니다.

 

자작나무 숲 단지동맹 결의 이후 이토 저격, 재판, 여순에서의 수감, 그리고 사형집행의 순간까지 역사적 사실의 숨가쁜 전개 속에서 관객들이 보고 느끼는 것은 안중근과 그의 동료들의 두려움과 외로움 그리고 이를 넘어서는 뜨거운 동지애와 조국과 민족에 대한 사랑입니다.

뮤지컬 <영웅> 속 안중근은 만리타국에서 고향과 어머니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친구를 따듯하게 안아 주는 가슴 뜨거운 젊은이로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것에 절절히 고뇌하며 다가 올 죽음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뮤지컬 <영웅>이 관객의 마음을 울리고 가슴 벅차게 만드는 것은 인간 안중근의 모습이 성공적으로 객석까지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안중근과 의군 동료들이 함께 웃고 떠드는 유쾌한 왕웨이의 만두가게 장면과 의거를 앞두고 (두려움과 슬픔을 이겨내고) 모두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는 정겨운 장면이 다른 어떤 스펙타클한 장면보다도 기억 또렷한 건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영웅본색

 

 

관객들은 이토 암살 이후의 장면들에서 비로소 영웅 안중근을 목도하게 됩니다.

하얼빈 역의 총격에서 객석의 가장 큰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지만 뮤지컬 <영웅>의 진짜 절정은 진짜 역사의 죄인이 누구인가를 논리정연함으로 당당하고 준엄하게 따져 묻는 재판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중근의 의거에 대한 국제법상 불법적인 재판에서 오히려 안중근이 일본 제국주의의 야만적이고 불법적인 범죄를 조목조목 따져 물어 기소하는 이 장면은 매우 역동적으로 연출되어 통쾌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순 수감 중 일제의 야욕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대동아공영이라는 (망령으로 나타난) 이토의 주장에 동양평화론으로 차분히 하지만 힘있게 응수하는 안중근을 통해 다시 한번 그의 의거에 정당함을 웅변합니다.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을 초월적 위인이라는 전형적인 모습으로 그리지 않고, 그의 인간적 면모가 보편적 인류애에 상통하는 철학으로 승화되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보다 큰 공감과 깊이 있는 감동을 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윤호진 연출의 전작 <명성황후>에서 스핀오프된 듯 한 설희의 이야기는 다소 의외였습니다. 단순한 민족주의 서사물이 아닌 역사를 살아 간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그리려고 한 연출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참혹하게 살해된 주군의 복수를 다짐했던 그녀가 이안 감독의 영화 <색계>의 여주인공처럼 적에게 매료되는 서브 플롯은 이 작품의 전체적인 주제를 혼란스럽게 만든 패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영웅과 색계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토 히로부미 캐릭터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점도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이유인지 이토에 대한 극의 평가는 선명하지 않고 주저주저하는 느낌을 줍니다.

 

 

빼어난 완성도

 

이미 대다수 저널과 관객이 높은 평가를 했듯이 뮤지컬 <영웅>의 무대 연출은 국내 창작 뮤지컬의 수준을 몇 단계는 업그레이드 시킨 놀라운 스펙타클입니다. 특히 독립의용군과 일제 경찰의 추격 장면은 빼어난 군무와 무대 연출 아이디어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숨막히는 긴장감을 자아 냅니다.

 

개막 전 뮤지컬 <영웅>에 대한 높은 관심은 화려한 캐스팅에 대한 기대감에서 시작되었고, 출연배우들은 그 기대가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했습니다.

류정한은 절제된 뜨거움으로 부드러운 모습이 보여 줄 때와 강한 신념을 표출할 때를 정확히 알고 연기함으로써 인간 안중근을 감동적으로 형상화합니다.(또 한 명의 안중근, 정성화의 연기는 어떠할 지 정말 궁금합니다) 김선영은 궐 안에서의 명성황후를 그리는 첫 노래로 소름 끼치는 감동의 전율을 안겨 주었고, 드라마틱한 요소를 더하기 위한 기능적 캐릭터로 많지 않은 출연 장면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유일무이한 사랑의 발라드를 노래하는 링링 역의 소냐는 뛰어난 표현력을 자랑합니다.

그리고 이 대작 뮤지컬에 대한 가장 큰 박수는 스펙타클하고 역동적인 무대 연출과 완벽한 시너지를 보여 준 앙상블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번 무대가 뮤지컬 <영웅>의 초연이라는 점입니다. 이 완벽한 공연을 위해 모든 배우와 스텝이 흘렸을 수많은 땀방울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계속될 뮤지컬 <영웅>의 진화를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 보겠습니다.

 

 

<뮤지컬 영웅, 2009. 11. 8() 오후 2, LG아트센터>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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