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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까짓 강박증 쯤 머 어때 괜찮다고 위로하는 본격 웃음 치료 공연 연극 톡톡(Toc Toc)의 새 시즌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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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미스프랑스 리뷰] 이지하의 일인삼색

 

- 공연일시: 2014 5 20일 오후 8

- 공연장소: 수현재씨어터

- 연출: 황재헌 / : 장 플랑코

- 출연: 이지하(플레르/마르틴/사만다), 노지원(), 안병식(샤를르), 김하라(모리스), 김보정(알리스), 이현응(로익)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접수한 40대 대세 여배우의 무대 복귀가 공연팬들 사이에 즐거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 김성령 씨가 6년만에 무대로 복귀하는 연극 미스프랑스가 바로 그 이슈의 작품입니다. 김성령 배우 본인이 미스코리아 출신이니 이 얼마나 자기반영적인 맞춤 캐스팅인지요. 당연히 화제에 오르며 주목을 받을만 합니다.

 

 

 

하지만 꾸준히 대학로 연극을 보아 온 공연팬이라면(최소한 저는^^) 이번 공연의 타이틀롤로 더블 캐스팅된 이지하 배우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졌을 것입니다

 

 

 

 

희극과 비극, 고전과 현대극을 넘나들며 매번 설득력 넘치는 연기를 보여 준 이지하 배우가 보여 줄 일인 다역의, 그것도 코미디 연기는 어떠할 것인가? 너무도 궁금하고 기대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지하 배우의 연기는 역시 신뢰할 만 하다라는 것입니다!

 

 

미스프랑스의 올누드 사진이 실린 포르노잡지의 출간 전일, 이 정보를 입수한 미스프랑스 위원회 사무국은 패닉에 빠집니다. 그 자신 역대 최고의 미스프랑스 출신인 위원장 플레르는 이 소식에 실어증에 걸리고, 부위원장 장과 재무이사 샤를르는 자신의 이해대로 이 난관을 타개하기 위하여 플레르를 대신하여 기자회견을 진행할 사람을 찾고자 하지요. 샤를르는 스트립퍼가 직업인 플레르의 쌍둥이 동생 사만다를, 장은 플레르와 꼭 닮았다는 호텔종업원 마르틴을 내세워 각자 자신들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마르틴이 일하는 '누구나 다 아는 호텔'에서 두 기자회견이 계획되고 이제 플레르와 닮은 꼴 두 사람, 그리고 관련된 모든 사람이 이 곳으로 모이게 됩니다. 그리고 소동은 이제부터입니다. 

 

머 제법 길게 적어 보았지만 이 연극의 스토리는 큰 의미는 없습니다. 플레르와 사만다, 마르틴 이 세 사람을 한 장소로 모이게 하는 장치에 불과하니까요. 이 세 사람이 모이고 플레르를 원본으로 두 명의 사본이 뒤섞여야 본 게임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한 장소에 모인 세 사람 주변 인물들의 혼동과 오해가 정신없이 이어지면서 객석은 본격적으로 웃음바다가 됩니다.   

 

이 웃음폭탄의 핵탄두는 이지하 배우입니다. 마치 나이먹은 천송이를 보는 듯 허영과 허세로 가득 찬 플레르, 순수하지만 백치같은 마르틴, 거칠고 자유분방한 사만다까지 세 사람의 모습을 분 단위로 바꿔가며 연기하는데 말투와 표정 뿐 아니라 걸음걸이, 제스처까지도 세 사람을 철저하게 분리하여 연기합니다. 특히 실어증에 걸려 제대로된 언어구사를 못하고 온갖 카테고리 별 브랜드를 엮어 말하는 플레르의 연기는 정신없이 웃음을 자아냅니다.(이게 전부 대본이 있는건가, 애드립에 맡기는 건가 싶기도 하고^^) 또 백치미 마르틴의 모습에서 이지하 배우의 (내가 기억하는) 최고의 연기, 억울한여자의 유코가 살짝살짝 보여 그것도 즐거웠습니다^^

 

 

 

 

  

연극 <미스프랑스>를 초절정 코미디라고 평하긴 어렵지만, 닮은사람 소동극이라는 고전적 상황을 맛깔나게 살리는 이지하 배우의 삼색조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유쾌한 공연이었습니다.

 

 

덧붙임: 플레르의 비서로 플레르의 남편과 부적절한 관계를 한 알리스 역의 김보정 배우가 수다맨 모드로 플레르, 사만다, 마르틴의 상황을 정리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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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플레이디비 '공연리뷰단 참여중' 입니다.
미스 프랑스
신청기간 : 2014.05.07 ~ 2014.05.15
모집인원 : 5월 20일 (화) 오후 8시 - 5쌍 (1인 2매)
관람일자 : 2014년 05월 20일
연극 억울한여자 이후 연애희곡, 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 그집여자 등을 보고 좋아하고 신뢰하는 배우 이지하 씨의 새로운 코미디 연기도전이 흥미진진, 기대됩니다. 이번에도 분명 큰 즐거움을 줄 것이라 믿으며 큰 박수로 좋은 연기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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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같은 사랑

-연극 클로저리뷰-

 

 

 

- 공연 일시: 20139 28() 오후 4

- 공연장: 아트원씨어터 1

- 연출: 추민주

- 캐스트: 이윤지(엘리스), 최수형(), 김혜나(안나), 김영필(래리)

 

 

사랑을 주제로 한 대부분의 서사물은 그것이 비극이든 희극이든 대부분 사랑이라는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합니다. 사랑은 아름답다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감성 혹은 환상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실에서의 사랑이 모두 그렇게 아름답기만 할까요?

연극 <클로저>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부고기사 담당기자인 댄은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친 앨리스와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동거를 시작합니다. 우연한 만남을 통한 사랑의 시작, 앨리스는 이 사랑을 운명적으로 받아 들입니다. 하지만 댄은 얼마 못 가 소설 표지 사진 촬영으로 만나게 된 안나와 또 다시 한 순간에 사랑에 빠지고 안나를 유혹합니다. 안나는 알리스의 존재를 알고 그를 거부지요. 채팅방에서 댄의 가벼운 장난으로 안나와 의사 래리가 맺어지지만 댄을 잊지 못한 안나는 그와의 관계에 빠져들고 래리를 떠납니다. 댄 또한 진실의 순수를 이야기하며 앨리스를 버리고 안나와 함께 하게 되지만... 두 사람, 아니 네 사람은 결국 과거를 떨치지 못합니다.

 

연극 <클로저>는 사랑이라고 명명되는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네 사람은 엇갈린 사랑 속에서 우리가 보는 건 인간 본성의 나약함과 비겁함 그리고 잔인함입니다.

사랑의 이름으로 안나에게 집착하는 마초 래리는 안나와 댄의 관계에 불같은 질투를 느끼지만 그래도 자신은 그 상황을 포용할 수 있다고 강변합니다. 부드럽고 자상한 듯 보이는 댄은 네 명의 등장인물 중 가장 나약한 사람입니다. 그의 안주하지 못하는 가벼운 사랑은 나머지 세 사람 모두에게(그리고 결국 자기 자신에게) 참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맙니다.

래리와 댄 모두 자신의 연인들에게 집요하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그와 잤어? 좋았어? 결과는 관계의 파국. 그나마 엷은 관계나마 회복하는 것은 좀 더 강한 래리.

 

 

 

 

언제든 먼저 떠날 준비를 하는 앨리스. 아마도 가장 큰 상처를 받은 것은 그녀일 겁니다.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사실을 속이던 그녀는 강요 당한 진실 때문에 사랑을 포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고전적 사랑의 서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엘리스. 하지만 평생 댄을 사랑할 생각이었다던 그녀조차 댄에게 자신의 본명을 속였습니다. 오히려 스트립 클럽에서 만난 래리에게 스트리퍼 앨리스는 자신의 진짜 이름을 이야기하지만 그럼에도 래리는 계속 진실(니 본명을 이야기해줘)을 말해달라고 애원합니다.

연극 <클로저>는 진실이 곧 본질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를 깨닫지 못한 댄과 래리, 두 남자는 정신적 지옥을 경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심플한 무대는 건조한 사랑 이야기와 잘 어울렸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관객의 몰입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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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일시: 20139 20() 오후 8

- 공연장: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 연출/각색: 성천모

- 음악: AEV

- 캐스트: 최수호(햄릿), 서현우(캠벨), 서지유(사라)

 

세익스피어의 햄릿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로 연극은 물론 영화, 드라마, 만화로 수도 없이 많이 만들어진 바 있습니다. 그 중 세익스피어의 원전을 그대로 따라간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때때로 시공을 달리하여 새롭게 재해석된 작품들도 적지 않았지요.

 

 

 

이번에 성천모 연출로 무대에 올려진 연극 햄릿도 세익스피어의 원전을 과감히 각색한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원전의 기본적인 서사를 완전히 뒤엎은 파격의 작품은 아닙니다만.

 

이번 성천모 연출의 햄릿은 이야기 전달의 효율에 그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연극 햄릿 속 극중극 햄릿이라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

이 작품은 놀랍게도 햄릿의 본격 복수극이 시작되기 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햄릿이 그의 지기인 두 배우 캠벨, 사라와 함께 아버지 독살의 원흉 숙부의 음모를 까발리는 연극(실제 세익스피어의 원전에도 짧게 이 연극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됩니다)을 준비, 리허설!하는 과정을 극의 내용으로 삼은 것이죠! 이 극 중 극은 우리가 알고 있는 햄릿의 원전 서사를 고스란히 따라 갑니다.

햄릿 포함 세 명의 배우가 극을 리허설 하다 보니 멀티 배역은 당연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햄릿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단, 세 명의 배우에 의해서 연기되는 것이죠. 이 연극의 재미는 이 놀라운 아이디어에 있습니다. 이 극중극에서는 세 명이 여러 등장 인물을 나누어 하다 보니 고정된 배역도 없습니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배역을 주고 받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원전의 대사를 큰 변화 없이 사용하지만 전달되는 톤은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연극 햄릿은 햄릿의 이야기를 다루는 한편 연극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세 배우들의 연기는 프리뷰 기간임에도 매우 좋았습니다. 자칫 건조한 이야기에 드라마를 부여하는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도 좋았구요.

 

극중극(리허설)이 끝나면서 연극 햄릿은 끝이 납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햄릿의 본격적인 복수가 시작됩니다. 그 영겁회귀의 이야기, 그것이 연극 햄릿의 운명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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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오픈리뷰 사이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openreview.co.kr/mboard.asp?Action=view&strBoardID=02_02&intSeq=2270

 

한없이 공허에 가까운 블루

- 연극 블루룸리뷰 -

 

공연 일시: 2011115() 오후 6

공연장: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연출: 이안규

캐스트: 김태우, 송선미

 

오디뮤지컬컴퍼니의 10주년 기획 아주 특별한 2인극의 마지막 작품인 <블루룸>이 공연 팬의 특별한관심 속에 상연되고 있습니다. 1998년 런던 초연 당시 이 작품에 출연한 헐리웃 톱스타 니콜 키드먼의 전라 노출이 해외토픽으로 국내에 소개될 만큼 큰 화제를 뿌렸는데요. 이번 국내 초연에서도 무비스타인 김태우, 송선미의 출연과 함께 그들의 노출 수위에 대한 조금은 선정적인 관심이 뜨겁습니다(물론 19금을 표방한 기획사의 마케팅도 한몫 했겠지요^^)

 

 

<블루룸>의 원전은 오스트리아의 작가 아르투어 슈니출러의 1897년 작 라이겐입니다.(라이겐은 원무(圓舞), 동그랗게 둘러선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추는 유럽 춤이라고 합니다. 마치 강강수월래 같은) 슈니출러는 우리 관객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샷과 작년에 상연된 조정은의 국내 복귀 뮤지컬 로맨스로맨스의 원작자라고 하면 !’하실 분들이 계시겠지요. ‘아이즈 와이드 샷은 권태와 의심에 빠진 부부의 위험천만한 성적 모험담이며 로맨스로맨스’(2)는 각자의 배우자에 무감각해진 기혼 남녀의 아슬아슬하고 (어쩌면 실제 섹스보다 더) 끈적끈적한 하룻밤의 밀당 스토리입니다. 두 작품의 내용과 인물을 복기해 보면 연극 <블루룸>의 이미지를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습니다.

 

 

연극 <블루룸>의 화두 역시 섹스입니다.

창녀와 택시기사를 시작으로 차례로 입퇴장하는 가정부, 가정부의 주인집 학생, 유부녀, 유부녀의 정치가 남편, 모델, 극작가, 여배우, 귀족남은 그 순서대로 상대를 바꿔가며 릴레이로 섹스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족남과 다시 등장한 창녀가 하룻밤을 보내는 것으로 성적 일탈의 라이겐은 완성됩니다.

 

 

다양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열 명의 등장인물은 각자 두 사람의 파트너와 상대를 하게 되는데 상대하는 대상(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태도와 행동을 보입니다. 앞선 릴레이(?) 주자에게 권력을 행사하던 중간자는 바로 다음 주자에게 관계의 헤게모니를 빼앗깁니다. 예를 들면 창녀를 무시하던 택시기사는 가정부에게 비굴한 구애를 하며 극작가를 애태우던 여배우는 귀족 남자에게 농락당하고 마는 식입니다(관계의 릴레이 끝 주자일수록 더 큰 권력을 가진 자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관계의 헤게모니 결정에는 단순히 사회적 신분의 우열만이 아닌 상대에 대한 욕망의 크기까지 복합적으로 작용을 한다는 것입니다.

 

 

한가지 더. 언제나 그렇듯이 한 번의 관계를 위하여 남자()는 온갖 교언을 끌어 오고, 섹스를 한껏 지연시키는 전략으로 여자()는 섹스 이후에도 자신의 우월한 위치를 지속하려 합니다.

<블루룸> 2인극으로 유효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두 명의 배우는 다양한 인물 군상으로 등장하지만 결국 성적 욕망의 접근에 있어 남녀의 모습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김태우와 송선미, 두 스타 배우는 나름의 최선을 다했지만 오랜만의 무대가 아직까지는 긴장되고 어색한 모습입니다. 좀 더 인물에 집중하는 연기, 특히 무대 연기의 기본이랄 수 있는 발성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배우의 섹시한 매력은 이 건조한 욕정극에 숨통을 틔어 주는 활력입니다(여신 같은 외모와 달리 아이처럼 앙증맞은 송선미씨 특유의 음색에 지극히 노골적인 대사조차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으로 전달됩니다)

이미 많은 관객들이 지적한 번역체의 대사는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며 지나치게 단조로운 톤의 연출 역시 중반 이후 극의 긴장감을 떨어트리는 패착입니다.

반면 반투명 블루 톤의 조명과 모던한 소품들, 정성 들여 준비한 의상은 작품에 세련된 품격을 불어 넣습니다.

 

 

창녀 이렌느와 하룻밤을 보낸 후 깨어 난 아침, 귀족 말콤은 나처럼 돈을 지불하고도 잠만 자는 남자가 있느냐며 자못 뿌듯한 얼굴로 그녀에게 묻지만 당신이 지난 밤 얼마나 격렬하게 날 안았는데요라는 이렌느의 대답에 이내 실망스럽게 그냥 잠만 잤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읊조립니다.

 

충족되는 순간 오히려 한없이 공허해지는 가벼운 욕망만이 블루룸을 지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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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일시: 2011617() 오후 8

공연장: 컬처스페이스 엔유

캐스트: 김한(이에모토), 이철민(키무라 타쿠아), 박정민(스네이크), 최재섭(야스오), 딸기소녀(김병춘)

 

 

지난 9일 대학로 스페이스엔유에서 막을 올린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은 작년 2월 동명의 영화로 국내에 먼저 소개된 바 있습니다. 많은 관객을 모으진 못했지만 오구리슌, 코이데 케이스케 등 꽃미남 배우들과 카가와 테루유키, 유스케 산타마리아 등 개성파 배우들이 함께 출현한 영화 키사라기 미키짱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재기 발랄한 이야기 전개로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지요.

 


 

국내에는 연극보다 영화가 먼저 소개되었지만, 사실 <키사라기 미키짱>은 일본에서 연극이 큰 대중적 호응을 얻으면서 영화화가 진행된 케이스입니다. 그만큼 오리지널 연극이 탄탄한 재미를 지니고 있었다는 반증일겁니다. 그리고 <키사라기 미키짱> 한국 초연은 이 작품의 재미를 확실하게 입증했습니다.

 

 

분주히 모임을 준비하는 한 남자의 모습으로 연극은 시작됩니다. 하나 둘 차례로 참석자들이 모이면서 밝혀지는 이 모임의 정체는 1년 전 자살한 아이돌(?) ‘키사라기 미키짱의 인터넷 팬 카페. 참석자들은 모두 미키짱의 열혈 팬으로 그녀의 1주기를 맞아 첫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 위해 모인 것입니다. 어색한 소개와 인사를 마친 이들은 이내 오타쿠 특유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미키짱에 대한 추억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지만 한 참석자가 미키짱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참석자들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오타쿠, 미키 밖엔 난 몰라

 

오타쿠. 게임,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기원한 오타쿠는 특정 대상이나 분야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매니아들을 지칭하며 다소간 냉소적,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되고는 합니다.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의 전반부 재미는 바로 이 오타쿠들의 문화 생태적 특징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에 있습니다.

 


 

참석자들도 인정하듯이 미키짱은 그저 그런 그라비아 모델로 성공한 아이돌 스타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지만 그들만이 알아 보고 그들만이 공유하는 오타쿠 특유의 감식안은 미키짱의 낙천성, 태생적 밝음에 주목하고 그들은 그녀에 대한 절대적 사랑을 바칩니다.

추모 모임의 참석 복식에 대한 설전, 키사라기 미키짱 전집 콜렉션에 표하는 경의(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들은 손을 깨끗이 소독하고 하얀 장갑을 낀 후에야 콜렉션에 손을 댑니다^^) 등 터무니 없이 진지한 참석자들의 행동은 관객들의 눈에는 마냥 우스꽝스럽게 보일 뿐입니다. 특히 미키짱 헤어 누드를 보고 싶은 욕망과 치열하게갈등하는 이 오타쿠들의 모습에는 터지는 폭소를 자제할 길이 없습니다.

 

미키짱에 대한 사랑의 크기를 재고 그녀에 대한 지식의 정도를 겨루며 화기애애한 공감대를 형성하던 이 추모 모임의 분위기는 카페 아이디, 키무라 타구아의 미키짱 타살 주장과 함께 소년탐정 김전일모드로 급 반전합니다.

 

 

오타쿠들의 김전일 탐정 놀이

 

 

범인은 우리 중에 있다는 전제 속에서 미키짱의 열혈 팬에서 한 순간에 키사라기 살해 용의자들로 뒤바뀐 모임의 참석자들. 이제 한 명씩 차례로 밝혀지는 그들의 숨겨진 진짜 정체에 관객들은 경악과 함께 연극의 전반부보다 더 큰 폭소를 금치 못합니다. 사실 키사라기의 살인범에 대한 추리는 참석자 중, 진짜 미키짱의 오덕 팬은 누가인가를 찾는 과정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다행히도(아니 사실은 당연하게도^^) 이 오덕들의 탐정놀이는 시체가 난무하는 참혹한 비극의 김전일의 에피소드와 달리 단 한 명, 진짜 오타쿠의 순정(純情)이 특별한 보상을 받는 훈훈한 결말로 끝을 맺습니다.

 

 

웬만해선 그들을 말릴 수 없다

 

일본 작가 미타니 코우키 작품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으로 대학로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던 이해제 연출은 속도감 넘치면서도 탄력과 리듬을 잃지 않는 전개로 희극 연출에 일가견이 있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2층 구조의 무대는 배우들의 동선 운용에 매우 효과적이었고, 특히 미키짱과 각 오타쿠 간의 인연을 보여 주는 회상 장면에서 아주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물론 <키사라기 미키짱>이 유발하는 폭소의 일등공신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입니다. 다섯 명의 배우들은 개별 캐릭터의 개성을 넘치게 표현하는 와중에도 서로간의 빼어난 연기 호흡을 보여 줍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덜 튀는 이에모토 역의 김한은 차분한 연기로 자칫 산만해 질 수 있는 극의 중심을 잘 잡아줬으며, 딸기소녀(! ^^)역의 김병춘은 몸을 사리지 않는 슬립스틱과 외모에 걸맞지 않는 소심한 표정 연기로 쉴새 없이 관객들의 박장대소를 이끌어 냈습니다.(제가 본 공연의 캐스팅은 미키팀이었습니다)

 

극이 끝난 후 미키짱의 경쾌한(?) 노래에 맞춰 보여 주는 다섯 남자의 소녀시대 부럽지 않은 군무는 한바탕 폭소의 대향연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관객을 달래는 보너스 트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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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푸르른 날에 31년 전 국가가 자행한 학살에서 살아 남은 한 남자와 그 연인의 이야기입니다. 찬란한 청춘의 한 때, 부러울 것 없는 사랑을 나누던 남녀는 역사의 격랑 속에서 이별의 파국을 맞이합니다. 참으로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남자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그녀를 다시 볼 용기를 냅니다.

 

 

 

역사에 대한 객관적 환기

 

푸르른 날에는 감히 신파극의 형식을 빌어 80년 광주의 비극을 이야기합니다. 심지어 이 신파극은 일요일 밤의 개그콘서트처럼 명랑하기까지 합니다.

극 초반 무표정한 배우들의 어색한 문어체 대사, 익살스런 몸 동작에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리면서 심리적으로 무장해제됩니다. 계엄군과의 대립, 도청 사수, 고문 받는 민호 등 고통과 슬픔, 갈등이 고조되는 날 선 장면이 차례로 등장하여 관객을 긴장시키지만 이내 예의 우스꽝스런 대사나 동작이 틈입하면서 팽팽해진 분위기를 이완시켜 버립니다.

 

 

 

이런 방식으로 고선웅 연출은 사실적인 드루마트루기를 배제한 채 관객들이 극에 몰입하고 등장인물들을 동일시하는 것을 차단합니다. 그렇게 관객들은 지켜 보는 자(혹은 방관자)의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이 포지션은 80년 광주에 있어 대부분의 우리에게 지극히 마땅한 자리입니다.

광주의 비극에 그저 눈물을 흘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연극 푸르른 날에는 광주의 비극을 불편한 웃음 속에 객관적으로 환기시키면서 관객의 사유를 이끌어 냅니다.

 

 

오월 어느 날이었다

 

도청에 모인 시민들이 한 소절씩 단호하게 낭독하는 김남주의 서슬 퍼런 언어(‘학살2’)는 어떤 사실적인 묘사보다 더 생생하게 광주의 진실을 웅변합니다. 역사의 증언으로써 문학의 힘을 빌어 온 이 장면에서 객석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핑크플로이드의 ‘Another Brick In The Wall’을 배경음악으로 한 시민군의 힘찬 군무는 불온한 시대에 대한 저항이라는 광주의 정신을 강렬한 이미지로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푸르른 날에는 직접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오월 광주에 대한 사실적인 표현이 가능하기나 할까요?)대신에 언어와 사운드, 이미지의 힘을 빌어 오월 광주의 역사를 효과적으로 형상화하면서 보는 이의 정수를 강하게 내리칩니다.

 

 

광주는 현재 진행의 역사

 

남자 주인공, 여산의 허허로운 웃음 속에 끝을 맺는 이 작품을 본 많은 분들이 과거와의 화해와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읽는 듯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 해 오월 실제 광주의 역사 속에 계셨던 분들 앞에서 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감히 이제 그만 내려 놓으라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31년 전 광주학살은 북한 특수부대의 소행이다!”

광주 항쟁 31주기를 몇 일 앞둔 오월의 어느 금요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한미우호증진협의회 한국본부라는 단체의 대표 서 모씨가 주장한 내용입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이 단체는 유네스코 본부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 등재를 반대하는 청원서 제출까지 마쳤었다고 합니다.

 

오월은 여전히 부끄러움을 깨치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눈부신 하늘 아래 우리의 모습이 더욱 더 죄스런 계절입니다. 80년 오월 광주의 비극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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