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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화, 공연(뮤지컬, 연극) 등 보고 끄적이는 공간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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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플레이빌 홈페이지(http://theartpark.co.kr/)의 또 한번의 뮤지컬 초대 이벤트,

이번엔 국내 초연 코미디 머더포투입니다!!!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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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오픈리뷰 사이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openreview.co.kr/mboard.asp?Action=view&strBoardID=02_02&intSeq=2270

 

한없이 공허에 가까운 블루

- 연극 블루룸리뷰 -

 

공연 일시: 2011115() 오후 6

공연장: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연출: 이안규

캐스트: 김태우, 송선미

 

오디뮤지컬컴퍼니의 10주년 기획 아주 특별한 2인극의 마지막 작품인 <블루룸>이 공연 팬의 특별한관심 속에 상연되고 있습니다. 1998년 런던 초연 당시 이 작품에 출연한 헐리웃 톱스타 니콜 키드먼의 전라 노출이 해외토픽으로 국내에 소개될 만큼 큰 화제를 뿌렸는데요. 이번 국내 초연에서도 무비스타인 김태우, 송선미의 출연과 함께 그들의 노출 수위에 대한 조금은 선정적인 관심이 뜨겁습니다(물론 19금을 표방한 기획사의 마케팅도 한몫 했겠지요^^)

 

 

<블루룸>의 원전은 오스트리아의 작가 아르투어 슈니출러의 1897년 작 라이겐입니다.(라이겐은 원무(圓舞), 동그랗게 둘러선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추는 유럽 춤이라고 합니다. 마치 강강수월래 같은) 슈니출러는 우리 관객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샷과 작년에 상연된 조정은의 국내 복귀 뮤지컬 로맨스로맨스의 원작자라고 하면 !’하실 분들이 계시겠지요. ‘아이즈 와이드 샷은 권태와 의심에 빠진 부부의 위험천만한 성적 모험담이며 로맨스로맨스’(2)는 각자의 배우자에 무감각해진 기혼 남녀의 아슬아슬하고 (어쩌면 실제 섹스보다 더) 끈적끈적한 하룻밤의 밀당 스토리입니다. 두 작품의 내용과 인물을 복기해 보면 연극 <블루룸>의 이미지를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습니다.

 

 

연극 <블루룸>의 화두 역시 섹스입니다.

창녀와 택시기사를 시작으로 차례로 입퇴장하는 가정부, 가정부의 주인집 학생, 유부녀, 유부녀의 정치가 남편, 모델, 극작가, 여배우, 귀족남은 그 순서대로 상대를 바꿔가며 릴레이로 섹스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족남과 다시 등장한 창녀가 하룻밤을 보내는 것으로 성적 일탈의 라이겐은 완성됩니다.

 

 

다양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열 명의 등장인물은 각자 두 사람의 파트너와 상대를 하게 되는데 상대하는 대상(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태도와 행동을 보입니다. 앞선 릴레이(?) 주자에게 권력을 행사하던 중간자는 바로 다음 주자에게 관계의 헤게모니를 빼앗깁니다. 예를 들면 창녀를 무시하던 택시기사는 가정부에게 비굴한 구애를 하며 극작가를 애태우던 여배우는 귀족 남자에게 농락당하고 마는 식입니다(관계의 릴레이 끝 주자일수록 더 큰 권력을 가진 자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관계의 헤게모니 결정에는 단순히 사회적 신분의 우열만이 아닌 상대에 대한 욕망의 크기까지 복합적으로 작용을 한다는 것입니다.

 

 

한가지 더. 언제나 그렇듯이 한 번의 관계를 위하여 남자()는 온갖 교언을 끌어 오고, 섹스를 한껏 지연시키는 전략으로 여자()는 섹스 이후에도 자신의 우월한 위치를 지속하려 합니다.

<블루룸> 2인극으로 유효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두 명의 배우는 다양한 인물 군상으로 등장하지만 결국 성적 욕망의 접근에 있어 남녀의 모습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김태우와 송선미, 두 스타 배우는 나름의 최선을 다했지만 오랜만의 무대가 아직까지는 긴장되고 어색한 모습입니다. 좀 더 인물에 집중하는 연기, 특히 무대 연기의 기본이랄 수 있는 발성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배우의 섹시한 매력은 이 건조한 욕정극에 숨통을 틔어 주는 활력입니다(여신 같은 외모와 달리 아이처럼 앙증맞은 송선미씨 특유의 음색에 지극히 노골적인 대사조차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으로 전달됩니다)

이미 많은 관객들이 지적한 번역체의 대사는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며 지나치게 단조로운 톤의 연출 역시 중반 이후 극의 긴장감을 떨어트리는 패착입니다.

반면 반투명 블루 톤의 조명과 모던한 소품들, 정성 들여 준비한 의상은 작품에 세련된 품격을 불어 넣습니다.

 

 

창녀 이렌느와 하룻밤을 보낸 후 깨어 난 아침, 귀족 말콤은 나처럼 돈을 지불하고도 잠만 자는 남자가 있느냐며 자못 뿌듯한 얼굴로 그녀에게 묻지만 당신이 지난 밤 얼마나 격렬하게 날 안았는데요라는 이렌느의 대답에 이내 실망스럽게 그냥 잠만 잤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읊조립니다.

 

충족되는 순간 오히려 한없이 공허해지는 가벼운 욕망만이 블루룸을 지배합니다.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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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aked Coconut: 코코넛 탄 사나이

 

공연명 - 뮤지컬 스팸어랏 - 아더왕의 성배원정대

공연일 - 2010930() 오후 8

공연장 - 한전아트센터

캐스트 - 정성화(아더), 신영숙(호수의여인), 정상훈(란슬롯), 김재범(로빈), 예성(갈라하드), 김대종(베데베르), 김호(패시)



고전 컬트 코미디 몬티파이튼의 성배를 뮤지컬 무대로 옮긴 무비컬, <스팸어랏>의 국내 초연이 무성한 화제를 만들어 내며 순항 중에 있습니다. 영화 몬티파이튼의 성배는 캠브릿지, 옥스퍼드 등 영국 명문대 출신 작가와 배우들로 구성된 코미디 집단 몬티파이튼의 개그 연작 마지막 편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러닝타임 내내 작렬하는 막장 개그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들을 맘껏 비틀고 조롱하는 영화입니다.




처음 뮤지컬 <스팸어랏>의 공연 소식을 접했을 때 매우 큰 기대와 함께 그보다 아주 조금 큰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미 접했던 원작 영화의 개그 코드가 한국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자국의 박스오피스를 날려 버렸던 오스틴파워 시리즈, 주성치의 초기 코미디 영화 모두 국내에서는 그다지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죠), 그리고 이 코미디가 유발하는 웃음의 유형이 푸하하하박장대소가 아닌 키득키득과 같은 소극적 반응이기에 뮤지컬이란 무대 장르에 잘 맞지 않을 거란 생각이 그 이유였습니다.

 

예상은 깨질 때 더욱 짜릿한 법!

한국적 크리에이티브로 완벽하게 재창조된 <스팸어랏>은 객석의 관중을 열광적인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습니다.

 

 

지축을 울리는 코코넛 껍질, ‘소리 높이 외친다!

 

<스팸어랏>은 대영제국을 통일한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들이 신의 계시로 벌이는 모험 성배를 찾아서를 서사의 뼈대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원탁의 기사들과 그들의 영웅적 모험담 따위는 잊어 버리는 편이 좋습니다. 뮤지컬 <스팸어랏>에게 있어 아더왕 이야기는 그저 표면적 컨셉일 뿐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웃기기 위해 일단 갖추고 입어야 할 옷 정도라고 할까요.


 

근엄한 표정의 아더왕이 코코넛을 따가닥거리며 등장하는 장면부터 스멀스멀 웃음 바이러스가 객석으로 퍼져 나갑니다. 짐짓 거만한 표정으로 위대한 영국의 왕임을 자부하는 아더왕은 백성들의 웃음거리로 전락, 조롱 당하기가 일수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그의 정중한 기사 가입 권유는 제비가 코코넛의 대륙간 이동을 할 수 있느냐는 엉뚱한 과학적 토론에 묻혀 버리고(끝까지 버티던 아더는 슬그머니 코코넛을 따가닥거리며 무대 밖으로 빠져 나갑니다^^) 그의 왕위에 대한 정당성을 설명해 주는 호수의 여인과 엑스칼리버전설은 호수에 빠진 광녀의 해프닝으로 단칼에 평가절하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모험에 합류한 원탁의 기사들도 아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사단 최고의 꽃미남으로 아더와 기네비아를 다퉜다고 알려진 호수의 기사, 란슬롯은 결혼식 습격사건을 계기로 성정체성(게이)을 깨닫게 되고 용감무쌍한 로빈은 적과 마주치자 마자 꽁무니를 빼는 천하의 겁쟁이로 자신의 음유시인들에게 조롱을 당합니다. 여기에 코코넛과 제비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제시하여 아더왕의 측근이 된 지략가 베데베르의 더할나위 없는 멍청함까지 더한다면! 이 인간들, 그야말로 본격 하드코어돈키호테 그룹이라고 할만 합니다^^

 

권위에 대한 조롱이야말로 코미디의 정수일 것입니다. <스팸어랏>은 영미 문화의 신성적 존재들을 시원하게, 거침없이 까대며 코미디의 진수, 그 끝장을 보여 줍니다.(창작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에서 땅바닥으로 추락한 성웅 이순신의 모습에 우리가 얼마나 즐거워 했는지요 ^^)

 

 

웬만해선 이들을 말릴 수 없다!

 

그런데 이 배우들, 원래 이렇게 막무가내로 웃긴 사람들이었나요?

희극인 출신의 정성화 씨나 뮤지컬 판의 소문난 재담꾼 정상훈 씨야 이미 다양한 작품에서 코믹 연기의 재능을 보여 줬지만 반듯한 이미지의 김재범 씨와 신영숙 씨가 이 정도로 망가질 줄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이 외에도 <스팸어랏>의 모든 배우들은 코미디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하고 완벽히 체화한 연기를 보여 줍니다. 심지어 대사 한마디 없는 앙상블마저도 큰 웃음을 책임집니다.



 

일반적으로 코믹 연기를 진지한 정극 연기에 비해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제대로 된 코믹 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안면 근육 왜곡의 정도, 개그를 치는 타이밍, 배우들 간에 주고 받는 대사의 합 등을 자로 잰 듯 치밀하게 계산하여 연기하지 않으면 제대로 관객을 웃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감성에 크게 의존하는 정극 연기와 달리 이성적 계산이 핵심인 코믹 연기는 상당한 테크닉이 동반되는 머리의 연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짐작하건대 공연 전 연습량이 엄청났을 겁니다. 쉴새 없이 빵빵 터지는 관객들의 웃음은 이들이 연습실에서 흘린 땀의 부피에 정확히 정비례하고 있습니다.


 


아는 만큼 웃는다

 

<스팸어랏>이 원작 영화를 무대로 옮기면서 장착한 비장의 무기는 패로디입니다. 그리고 그 무기는 한국 공연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되어 더욱 큰 힘을 발휘합니다.

 

원탁의 기사에 꽁지 붙어 등장한 자기 자리를 잘못 찾은 라만차의 기사로 가볍게 시작된 패로디 릴레이는 지킬앤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미스사이공, 시카고, 노틀담드파리, 심지어 창작 점프의 캐릭터가 총출동하는 장면에서 폭소의 정점을 찍습니다.


 

 

나아가 뮤지컬 장르의 컨벤션을 패로디 하고(호수의 여인이 등장 때마다 부르는 넘버 아까 한 노래, 했던 그 노래. 맨날 이 노래’ ^^) 심지어 뮤지컬 산업 자체를 패로디합니다. 최근 국내 뮤지컬 산업의 스타 캐스팅을 비꼬는 장면에는 통렬한 웃음과 동시에 <스팸어랏> 역시 아이돌(슈퍼주니어의 예성) 캐스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자괴적 비애가 함께 합니다.

 


이 중에서도 최고의 패로디는 배우 정성화의 존재 그 자체입니다. 아더왕과 패시의 모습이 너무도 익숙하진 않나요? 정성화는 자신의 대표적 캐릭터인 맨오브라만차돈키호테의 아우라를 고스란히 끌어 온 자기 반영적 패로디의 경지로 코미디 <스팸어랏>‘The Possible dream’을 기어이 완성합니다.

 

 

취향에 따라 <스팸어랏>은 개연성 없는 엉터리, 그야말로 정키 식품의 대표주자 스팸같은 작품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스팸어랏이 ‘Spam a lot’ 이라는 설도 있습니다만^^) 하지만 애써 눈에 힘주지 않고 개그콘서트 보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이 작품을 즐긴다면 공연 후 최소 1주일 동안은 시도 때도 없이 실실 웃는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랄 겁니다 ^^

 

 

덧붙이는 말.

웃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도 확실하게 느껴지는 건 이 작품의 넘버들이 꽤나 좋다는 겁니다. 이 중 카멜롯 성에서의 카니발 합창과 로빈의 음유시인들이 자신의 주군을 비꼬는 노래는 영화 <몬티파이튼의 성배>에도 나온다는 거 ^^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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