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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화, 공연(뮤지컬, 연극) 등 보고 끄적이는 공간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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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리뷰 전문 사이트 오픈리뷰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http://www.openreview.co.kr/openReview/star.asp?mode=read&id=starReview&idx=201&p=1&serchCatagory=&serchValue=

AIDS 시대의 사랑

- 뮤지컬 렌트 2011 프리뷰리뷰 -

 

공연 일시: 2011 8 28() 오후 2

공연장: 충무아트홀 대극장

캐스트: 강태을(로저), 윤공주(미미), 조형균(마크), 조진아(모린), 김경선(조앤), 서승원(베니), 박주형(엔젤), 이든(콜린)

 

80년대 후반, 에이즈는 시대의 화두였습니다. 헐리웃 스타 록 허드슨의 죽음으로 시작된 에이즈에 대한 공포는 동성애자에 대한 광기에 가까운 분노로 확대 재생산 되면서 사회적 논란을 촉발시켰으며 이는 다시 90년대 들어서 보편적 인권에 대한 논쟁으로 수렴되었습니다.(조나단 드미의 93년 영화 필라델피아는 당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대중적 텍스트입니다)

 

조나단 라슨의 데뷔작이자 스완송으로 결국 브로드웨이의 전설이 된 뮤지컬 <렌트>는 바로 그 에이즈시대 뉴욕 이스트 빌리지의 가난한 젊은 보헤미안들의 이야기입니다.

 

 

 

렌트가 돌아왔다!

 

2000년 국내 초연 이후 총 6번의 시즌에 걸쳐 뮤지컬 팬들의 사랑을 받아 온 <렌트> 2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했습니다.

 

최연소, 최초의 여성 음악감독에서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이후 연출자로 자신의 활동 반경을 넓혀 온 박칼린이 진두 지휘하는 이번 공연은 강태을, 윤공주 등 검증된 배우들을 캐스팅함으로써 새로운 얼굴의 등용문이 되었던 지난 몇 시즌과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캐스팅에 더하여 이번 공연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해진 비쥬얼입니다. 바닥을 포함, 무대 위 모든 구조물을 빼곡하게 채운 그래피티와 함께 끊임없이 점멸을 반복하는 네온 보드는 터질 듯한 락 비트의 넘버들과 확실하게 조응합니다.

최근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그래픽 영상의 활용 아이디어도 타 작품에 비해 뛰어납니다. 무대 2층의 중앙으로 영사 공간을 한정하여 영상의 퀄리티(해상도)를 높였고 그 결과 뉴욕 거리의 분위기가 실감나게 전달됩니다. 늘 화제가 되었던 모린의 콘서트는 이번 시즌에 2층 무대로 올라갔는데 마치 단편 애니메이션처럼 연출된 젖순이스토리 영상이 어우러져 색다른 볼거리를 줍니다.

 

이전 시즌과 달리 화려한 무대를 보고 있자니 <렌트>의 무대가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충무아트홀 대극장이라는 환경 상 이러한 변화는 연출상의 고육지책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윤공주의 미미, 심금을 울리다

 

 

윤공주의 미미는 압권이었습니다. 그녀는 (작품 선택에서 야기된) 최근의 부진을 한방에 날려 버리는 열연을 보여 주었습니다. 특히 ‘Out Tonight’이 인상적이었는데 빼어난 가창력은 물론이거니와 매혹적인 그녀의 춤은 국내 주연급 여자 뮤지컬 배우 중 단연 발군이라 할만합니다. 이번 시즌의 ‘Out Tonight’ 장면은 두 명의 앙상블과 함께 과감한 노출 의상으로 무장한 미미의 상당히 선정적인 클럽 댄스로 시작되는데 마치 로저를 유혹하기 전 결의를 다지는 듯한 느낌입니다.(이렇게나 섹시한 윤공주라니!!) 또한 베니와의 관계를 오해한 로저를 떠나 보낼 때의 안타까운 표정은 그야말로 심금을 울립니다.


 

 

강태을은 1막 초반에는 어색한 느낌이었으나, 극이 진행될수록 나아져 2막부터는 노래와 연기 모두 손색없는 로저의 모습을 찾았습니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려 준 ‘One Song Glory’에는 절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로저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잘 드러났으며 미미에 대한 감정의 변화도 잘 표현해 주었습니다.

 

밀땅의 고수 모린(조진아)과 남자(김경선)보다 더 마초스런 조앤 커플은 이번 공연의 히든카드라 할 만하며 엔젤(박주형)과 콜린(이든)의 싱크로율도 꽤 괜찮습니다. <렌트>의 화자, 마크 역의 조형균도 극을 끌어 가는 안정감이 있습니다.

프리뷰 공연의 아쉬움이 다소 있지만 배우들의, 배우들간 연기는 공연이 거듭될수록 계속 좋아지겠죠.

 

아쉬웠던 건 음향이었습니다. 강렬한 비트의 락 넘버에 배우들의 목소리가 묻히는 경우가 잦았는데 <렌트>의 경우 노랫말 하나하나가 주제를 함축하는 공연임을 감안하면 정확한 가사 전달에 신경 쓸 필요가 있겠습니다.

 

 

사랑스런 넘버들

 

사실 <렌트>는 친절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프리뷰만 보면 이번 시즌에는 서사의 불친절이 좀 더 심해진 느낌입니다 ^^;) 아마도 그건 <렌트>가 이야기를 극으로 풀기 보다는 노래로 들려 주는 뮤지컬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 작품의 넘버들이 사랑 받는 이유는 단순히 그 스코어가 아름다워서만은 아닙니다. 렌트의 모든 넘버에는 등장인물들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 감정의 자그마한 디테일까지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음악이 듣는 이를 감동 시킵니다.



 

출연 배우들이 모두 함께 하는 2막의 오프닝 곡 ‘Seasons of Love’를 듣는 격정만으로도 <렌트>의 무대를 보러 갈 이유는 충분합니다.

 

 

No Day But Today

 

언제 닥칠 지 모를 죽음의 공포 속에서 로저는 사랑을 외면하고(‘Another Day’) 미미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너 없이 살 수 없다고(‘Without You’)고 절규합니다.

(조나단 라슨의 페르소나임이 분명한) 마크는 언제 떠날 지 모르는 친구들 때문에 항상 불안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끊임없이 친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함께 한 추억을 영원으로 남기고자 합니다.

 

삶은 유한한 것으로 우리는 그것을 영원히 가질 수 없으며 그저 주어진 시간만큼만 삶을 빌리고(RENT!) 있을 뿐입니다. 조나단 라슨은 작품 속 여덟 명의 친구들이 함께 한 1년을 통해 죽음의 공포가 만연한 시대에 역설적으로 더욱 최선을 다해 즐겁게사랑하고 살아야 한다고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사족

 

<렌트>는 너무도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듣기만 해도 좋은 공연입니다. 이스트빌리지의 여덟 친구들과 그들의 노래가 마냥 사랑스럽습니다. 그건 실제 자신의 친구들에 대한 더 없는 우정과 사랑, 바로 조나단 라슨의 진심이 솔직하게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렌트>를 보면 역시 예술에 있어 진정성만큼 큰 감동을 주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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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the 80’s, 실패한 시간여행

- 뮤지컬 웨딩싱어 review -

 

 

덤앤더머를 능가하는 뻔뻔한 무뇌아 연기로 일순간에 90년대 헐리웃 박스 오피스를 장악한 아담 샌들러는 화장실 코미디(우리 영화 색즉시공이나 몽정기를 상상하면 됩니다) 장르의 대가였습니다. 그의 성장을 거부하는 어른이라는 퇴행적 캐릭터는 덤앤더머의 짐캐리와 함께 90년대 남성상을 반영하는 아이콘이 되었죠.

영화 웨딩싱어는 아담 샌들러 성공시대의 서막을 알린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90년대 초반 헐리웃의 80년대 향수 상품 중 하나로 기획된 이 영화는 아담 샌들러 특유의 막가파식 코미디에 순진무구한 로맨스가 잘 믹스되어 대중의 큰 호응을 이끌었습니다. 그야말로 박명수의 노래, ‘바보에게 바보가가 주제가로 안성맞춤인 그런 영화였는데요.

이 막가파식 막장 개그로 무장한 황당한 순정 로맨스가 올 겨울 우리 뮤지컬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삐까번쩍과 쿵짝쿵짝

 

 

레이거노믹스의 호황을 누리던 80년대는 미국의 초절정 낙관의 시대였습니다. 팩스아메리카란 절대 반지로 무장한 람보와 코만도가 전 세계 극장에서 미국의 강력한 힘을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었고, ‘뿅뿅기계음을 앞세운 컬쳐클럽, 듀란듀란, A-ha 등의 한없이 가벼운 댄스 뮤직이 대중들의 미의식을 장악하고 있던 시절이었죠.

뮤지컬 <웨딩싱어>는 바로 이 시절, 미국의 이야기입니다.

20년도 넘은 호시절 미국 땅의 바보 같은 로맨스가 과연 지금 이 땅의 대중들에게 어떤 즐거움과 재미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의문과 우려가 있었습니다. (우리 뮤지컬 달고나진짜진짜 좋아해를 미국인이나 일본인이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뮤지컬 <웨딩싱어>는 미국을 넘어 선 보편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소재의 작품입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퇴행적 시간여행일지라도 삐까번쩍’, ‘쿵짝쿵짝 80년대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기만 한다면 또 하나의 유쾌한 캠프적인 뮤지컬 작품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기대는 빗나갔고 우려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로비 하트가 소개되는 결혼 피로연 오프닝의 무대부터 80년대 미국의 흥청망청한 분위기를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좀 더 유치하고 뻔뻔하게 반짝반짝 휘황찬란했어야 했는데 마치 준비하다 만 학예회 무대처럼 허전한 느낌이었습니다. 80년대라는 특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무대 연출의 허술함은 마지막 줄리아와 굴리아의 LA 결혼식 장면까지 계속됩니다.

이건 괜한 트집이 아닙니다. 뮤지컬 <웨딩싱어>의 성패는 분명 촌스럽고 투박한 한편으로는 터무니없이 긍정적인 80년대 미국의 아우라를 살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웨딩싱어 (상업적) 미덕인 80년대 분위기 재현에 실패한 뮤지컬은 엉뚱하게도 영화의 아담 샌들러 식 개그를 큰 고민 없이 그대로 차용하는 결정적 실수까지 저지르고 맙니다. (카메라라는 무기를 가진) 영화와 뮤지컬의 태생적 표현 특징의 차이를 무시한 말 개그의 성찬에 관객은 썰렁한 웃음으로 반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한국과는 다른 미국의 유머 코드 또한 관객의 웃음을 이끌어 내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줄리아의 사랑을 얻기 위해 굴리아의 직장에 찾아 간 로비가 앙상블과 함께 이 땅, 현재의 탐욕적 자본주의 세태를 노래하는 장면은 지나치게 직설적인 가사 탓으로 풍자의 맛도 덜할 뿐더러 전체적인 작품의 톤과 어울리지 않게 무겁게 연출된 느낌입니다.

 

 

뛰어난 배우, 캐릭터와 불일치

 

분명 황정민 씨는 뛰어 난 배우입니다. 성실하게 준비한 그의 춤과 노래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로비 하트 캐릭터는 아니었습니다. 로비 하트의 타고 난 순수함과 열정은 본의 아니게 뻔뻔한 상황을 만들기도 하며 의도하지 않은 웃음을 주어야 합니다. 왠지 황정민 씨의 로비 하트는 영화 너는 내 운명의 신파 주인공, 석중을 연상 시킵니다.

방진의 씨는 순진하고 아름다운 줄리아 역을 잘 소화했지만 줄리아의 캐릭터가 남성의 환상, 고전적 로맨스의 프리티 걸로만 그려진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좀 더 능동적이고 당찬 일면이 있어도 좋았을 텐데 여주인공답지 않게 너무 평이한 모습만 기억되네요. 이 아쉬움을 채우는 것은 윤공주의 홀리입니다.

 

 

자칫 천박함이 부각될 수도 있는 캐릭터를 윤공주스러움으로 밝고 유쾌하게 표현함으로써 사랑과 삶에 적극적인 홀리의 모습이 사랑스럽게 제시됩니다. 그리고 로비의 친구 새미와 함께 열정의 랩 넘버로 큰 웃음을 선사한 로비의 할머니 로지 역의 양꽃님 씨, 역시 좋은 배우입니다.

 

 

무비컬의 경우 원작 영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함은 물론 무대에서 무엇을 강조하여 보여 줄 것인가 하는 명확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원작의 주제를 훼손하지 않고 뮤지컬만의 새로움을 보여 줘야 하는 것이죠.

히트한 원작영화에 대한 게으른 답습으로 연출된 뮤지컬 <웨딩싱어>는 성공한 영화를 뮤지컬로 재창조하는 일이 절대 만만한 작업이 아님을 보여 준 또 하나의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2009. 11. 29. 오후 3, 충무아트홀 대극장>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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