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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처럼 나비처럼

- 뮤지컬 에비타 review –

 

 

공연 일시: 2011 12 17() 오후 3 / 201215() 오후 8

공연장: LG아트센터

연출: 이지나

캐스트: 에바 페론(리사/정선아), (이지훈/임병근), 후안 페론(박상원/박상진), 마갈디(박선우)

 

 

Don’t Cry for Me Argentia!

 

아르헨티나가 지구 어느 곳에 위치한 나라인지도 몰랐던 꼬맹이 어린 시절, 라디오(였는지 TV였는지 사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습니다)에서 종종 흘러나오던 이 애절한 노래에 매혹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어린 나이에도 너무도 절절히 느껴지는 노래의 슬픔에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나라 전체가 애도의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궁금해 했던 것 같습니다(하긴 꼬맹이의 기억에 그 노래를 들었던 그 즈음 어느 때, 꼬맹이의 나라에도 온(?) 국민이 슬퍼했던 독재자의 죽음이 있었습니다 ㅡㅡ;) 꼬맹이가 에바 페론이라는 실존 여인이 그 노래 속 애도의 대상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입니다.

 

뮤지컬 <에비타>는 아르헨티나를 울린 바로 그 여인, 에바 페론의 극적인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나는 어떤 의미였을까? 난 무엇을 원했고 무엇을 남겼을까?

 

수많은 아르헨티나 민중의 애도 속에 치러진 에바의 성대한 장례식 장면 후 뮤지컬 <에비타>20세기의 신화적 정치인 중 하나로 기억되는 에바 페론에 대한 진실을 고찰하기 위하여 그녀의 어린 시절로 플래쉬백합니다.




귀족의 사생아로 태어난 촌뜨기 소녀, 에바는 자신의 유일한 자산인 아름다운 몸을 무기로 스타배우, 사교계의 꽃을 거쳐 마침내 퍼스트레이디의 자리에까지 오르지만 권력과 대중의 사랑에 대한 그녀의 욕망은 멈출 줄을 모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끝없는 욕망에 제동을 건 것은 그녀의 찬란한 비상을 이끌었던 아름다운 육신에 찾아 온 죽음의 병마였습니다.

 

 

지저스 에비타 슈퍼스타

 

설명이 필요 없는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음악은 에바라는 욕망의 화신, 그리고 그녀의 드라마틱한 삶에 완벽하게 조응합니다. 웨버의 환상적인 스코어가 없었다면 뮤지컬 <에비타>는 자칫 에바 페론의 일생을 쫓는 밋밋한 작품이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이번 라이선스 공연은 에바의 에바에 의한 에바를 위한작품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지나 연출은 무대 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눈부시게 빛나는 에바를 표현했습니다. 이지나 특유의 미니멀한 무대 연출은 그 어느 때보다 효과적이었습니다. 일체의 오브제를 배제한 채 강렬한 전광 보드를 배경으로 한 에바의 여신 같은 등장, 무대 중앙 가장 높은 계단을 천천히 오르는 여왕의 등극은 이번 <에비타>공연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공연 내내 에바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는 끊임없이 아낌없이 쏟아집니다. 이는 당대 아르헨티나의 정치 사회적 현실 속 의미와 상관없이 강인했던 한 여인의 거침없는 자기 욕망 추구에 보내는 경의의 표현일 것입니다.

 

 

난 언제나 특별하게 빛이 나

 

뮤지컬 <에비타>의 영화화 당시, 에바 역을 탐낸 당대 헐리우드 스타 여배우들의 경쟁은 그 자체로 큰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이 캐스팅 전쟁의 승자는 위풍당당 팝의 여제 마돈나였습니다!)

이번 라이선스 공연에서 여배우라면 누구라도 탐낼 에바 역의 영광을 차지한 리사와 정선아는 기대에 충분히 값하는 연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특히 정선아의 퍼포먼스는 누구도 대체 못할 경지의 그것이었습니다. 정선아는 그녀 외의 나머지 배우 모두를 앙상블로 만들어 버리는 마술 같은 무대 장악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맹랑한 소녀에서 치명적 매력의 요부로 권력을 휘두르는 악녀에서 빈민들의 성스러운 천사로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그녀의 연기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에바가 그녀 성공의 제물이 된 남자들을 홀리듯 정선아는 압도적인 연기와 노래로 관객을 홀렸습니다.

상대적으로 의 존재감이 희미해지면서 에바를 보는 시각의 균형이 깨져 버린 것은 이번 공연의 아쉬움입니다(리사와 이지훈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으나 정선아와 공연한 임병근은 자신의 대사와 노래를 소화하기에 급급했습니다)


 

 

뮤지컬 <에비타>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수많은 남자들에게 몸을 던진 창녀도 가난하고 힘없는 민중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굳게 자기 최면을 걸었던) 성녀도 모두 에바 페론의 모습이었음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욕망과 신념에 충실했던 한 여인의 불꽃 같은 성공과 추락을 경의와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그녀에 대한 평가와 해석을 대신합니다.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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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가면 그 노래를 잊을까, 그토록 아름다운 선율을

- 뮤지컬 광화문연가 리뷰 -

 

공연 명: 뮤지컬 광화문연가

공연 일시: 2011322() 오후 8

공연장: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캐스트: 윤도현(한상훈 과거), 리사(여주), 김무열(현우), 박정환(한상훈 현재), 김태한(진국), 구원영(정숙), 허규(지용)

 

 

감각(感覺)이 아닌 감성(感性)이 대중의 미의식을 지배하던 80년대, 한국형 팝 발라드를 완성시킨 이영훈과 이문세는 시대의 아이콘이었습니다. “난 아직 모르잖아요”, “소녀”, “사랑이 지나가면”, “시를 위한 시등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발라드 연작은 8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현재 30, 40대의 집단무의식으로, 절대 잊혀지지 않을 기억이 되었죠.

 


 

3년 전 우리 곁을 떠난 故 이영훈 작곡가의 마지막 꿈이었던 뮤지컬 <광화문연가>가 광화문 한복판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그리고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불후의 명곡들이 다시 한번 대중의 가슴을 촉촉히 적시고 있습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광화문연가>의 힘은 단연코 이영훈의 노래들입니다. 그가 창조한 노래들은 한 곡 한 곡이 그 자체로 드라마이며 지금의 주류 대중 가요가 감히 가질 수 없는 풍부한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다소 밋밋하고 성긴 서사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광화문연가>가 관객들의 정서적 공감을 일백프로 이상 이끌어 낼 수 있었던 힘이 바로 이영훈의 노래들입니다.

객석의 대부분을 점유한 30, 40대에게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영훈의 노래들이 익숙하지 않을 스무 살 전후의 관객들까지도 이 작품의 넘버에 울고 웃는 것은 보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비록 이영훈 씨는 이제 우리 곁에 없지만, 그가 남긴 작품들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순간이 계속될 수 있을까

 

이영훈 씨는 사랑(이 한참 진행될 때)의 환희보다는 사랑이 지나간 후의 감정, 이루지 못한 사랑의 상흔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그의 음악 인생 전반을 보냈습니다. 마치 떠나 보낸(혹은 떠나 버린) 옛사랑에 대한 애상(哀傷)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정수라 생각한 것처럼 말이죠.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그런 이영훈 씨의 음악 세계에 영감을 준 어떤 사건이 있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그래서 주인공 한상훈은 가상의 이영훈이며 그의 음악 세계를 체화하는 매개입니다. 한상훈의 여주에 대한 보이지 않는 사랑은 보는 이를 답답하게 할 만큼 담담하지만 감추어진 절절한 속내는 더욱 더 관객의 가슴을 칩니다.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감정을 격렬하게 토로하기 보다는 절제된(어찌 보면 편집증적인) 감정을 차분하게 이야기함으로써 이문세의 툭 던지는 듯 무심한 창법이 더 슬펐던 이영훈의 노래들을 닮아갑니다.

 

 

그녀의 노랫소리뿐

 

오픈 전 트레일러로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던 소녀’, 그리고 일렉 기타 연주와 함께 휘파람을 자신만의 매력으로 멋지게 소화한 윤도현은 그가 왜 당대의 보컬 중 한 사람인지를 여실하게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리사.

 


 

제작발표회에서의 윤도현의 상찬(“리사는 이 작품으로 완전히 다른 위상의 가수가 될 것이다”)은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었습니다. 리사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때로는 재지하게, 때로는 블루스 풍으로) 원곡을 새롭게 부르면서도 그 어떤 다른 출연자보다도 원곡의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특히 1부의 엔딩인 그녀의 웃음소리뿐의 폭발적인 가창이 전달하는 소름 끼치는 전율은 압권이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높디 높은 천장을 뚫을 듯한 그녀의 목소리는 제법 비장하게 연출된 이 장면을 완전히 집어 삼켰습니다.

 

 

역사에 대한 무례

 

길지 않았던 프로덕션 기간을 생각한다면 무대 연출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화이트 그랜드피아노로 낭만적인 시청각적 감흥에 더하여 무대의 구도를 안정적으로 잡은 것이나, 전작 서편제의 한지 스크린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이동 칸막이 스크린은 충분히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다소 과잉이다 싶긴 하지만 단순함과 현란함을 오가는 다채로운 조명의 변화도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잘 돕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연출들이 이제 너무도 익숙하여 신선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지나 연출도 새로운 시도를 모색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조심스레 듭니다.

 

하지만 정말 커다란 문제는 뮤지컬 <광화문연가>가 역사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광화문연가>는 이영훈 씨의 창작 활동이 만개했던 8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 시대적 아픔까지 극에 녹여 내겠다는 과도한 욕심을 보였습니다. 그 의욕만큼이나 잘 표현을 했다면 좋았겠지만, <광화문연가>가 당시 학생운동을 그리는 방식은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90년대 초 유행했던 80년대 회고 소설, 사회성 영화의 수준에도 못 미칠 만큼 진정성 없는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극 중 학생 운동을 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정말 나쁜 의미에서) 도식적이고 전형적으로 표현되는 것을 넘어 희화화되기까지 합니다. 현우의 갈등과 고민이 얼마나 치열한 것인지 영미의 자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 작품은 손톱만큼의 관심도 없어 보입니다(대중음악을 만드는 재능과 매력 만점의 로맨틱한 운동권 리더란 현우의 설정부터 실소를 자아냅니다) 역사와 역사 속 인물, 사건들을 이 작품은 그저 넘버들의 백그라운드로 소비할 뿐입니다.

예술에 있어 윤리의 문제는 절대 그 우선 순위가 낮지 않습니다. 역사에 대한 예의는 상식과 윤리의 문제입니다. <광화문연가>는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생각지 않은 듯 합니다.

 

 

이영훈 씨의 노래가 80년대, 피폐한 대중의 정신을 위무했던 건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당대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것도 사실입니다(이영훈의 뮤즈, 이문세 씨는 80년대 대학가에 입성이 금지된 가수였습니다)

 

<광화문연가>는 이영훈 씨와 80년대를 화해시키고 싶었던 걸까요? 만약 그러한 진심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보다 사려 깊은 태도와 자세를 견지했어야 했습니다. 이 작품이 이영훈 씨와 그의 음악 세계에 표한 존경의 반만큼이나마 역사에 대해 존경을 보였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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