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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공연 전문 리뷰 사이트 오픈리뷰(www.openreview.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공연명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공연일시 - 2010124() 오후 3

공연장 샤롯데씨어터

캐스트김준현(지킬/하이드), 소냐(루시), 조정은(엠마), 김봉환(덴버스), 이희정(어터슨)

 

 

왕의 귀환!

 


 

모두가 손꼽아 기다려온 제왕의 귀환입니다. 2008년 공연 이후 2년 만에 돌아 온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연말 공연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뮤지컬 팬들은 사상 유례없는 예매 전쟁으로 왕의 귀환에 경의를 표했으며, 공연 저널은 물론이거니와 공중파 뉴스까지 예외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열광의 중심에 선 배우는 물론 초연 당시 폭발적 카리스마로 이 작품을 제위에 올린 조승우입니다. 여기에 지킬의 또 다른 스탠다드를 완성시킨 류정한, 눈부신 가창력의 홍광호가 함께 하는 이번 공연은 역대 최강의 위용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이미 조승우와 류정한의 첫공에 대한 리뷰는 경배하고 경배하라!’ 일색입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새로운 지킬의 신화 탄생을 지켜 보게 될 듯 합니다.

 

 

김 하이드, 새로운 신화 탄생!

 

지킬을 연기한다는 것은 다른 대형 뮤지컬 작품의 타이틀롤과는 또 다른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킬앤하이드>의 지킬은 그 어떤 작품보다 원톱의 성격이 강한 캐릭터로 극의 갈등을 한 몸에 체화하며 그 강렬한 주제를 온전히 형상화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집니다(모두가 선망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이번 2010 공연에 새롭게 합류한 김준현 배우는 선배 지킬의 아성에 손색이 없는, 어떤 면에서는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관객의 탄성을 자아냅니다.


 

 

(개인적으로 <지킬앤하이드>의 소프트 버전이라 생각하는) ‘잭더리퍼에서 부드럽고 안정적인 가창력으로 눈길을 끌었던 김준현 배우는 거칠게 포효하는 악의 화신, 하이드에 방점을 찍음으로써 자신만의 지킬을 차별화했습니다. 지킬과 하이드, 양극단을 철저하게 분리하여 표현했던 이전 배우들과 달리 김준현은 지킬일 때 조차 희미하게나마 악마적 내면을 드러내는 것으로 묘한 불안과 긴장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의 큰 키와 체격으로 더욱 두드러지는 하이드의 야수성은 잔혹한 살인이 계속되는 2부에서 눈부시게 발휘되는데요. 특히 극악한 표정의 하이드가 새로운 삶(New Life)의 희망에 빠진 루시를 등 뒤에서 천천히 안아 주는 장면(그 다음은!!)에선 루시의 자그마한 몸이 더욱 왜소하게 보이면서 안돼! 루시, 제발 도망쳐!’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야말로 하이드! 김준현은 신사 지킬보다는 거칠디 거친 야수 하이드로 각인될 것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부르는 지킬 박사의 신념에 찬 지금 이순간역시 상당한 매력이 있습니다)

 

 

작년 브래드 리틀의 내한공연까지 3번의 <지킬앤하이드>를 관람하면서 아쉬웠던 건 압도적인 지킬의 캐릭터 때문에 그의 두 연인 엠마와 루시의 극 중 존재감이 희미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루시는 ‘Bring On The Men’에서 강렬한 관능(바로 이 관능에 대한 욕망이 지킬에게서 하이드의 야수성을 끌어내는 Trigger가 아니었을런지)을 뽐낼 기회가 있지만, 엠마는 구원의 여인이라는 전형적 캐릭터에 갇혀 더욱 극의 주변에 설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고전적 느낌이 강한 김소현, 임혜영 배우와 달리 조정은이라면 능동적인 현대 여성의 새로운 엠마를 보여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그녀가 영국 유학 전 마지막 출연했던 스핏파이어그릴로 뮤지컬의 매력에 빠졌던 본인이 개인적으로 이번 공연에 가장 기대했던 캐스팅)


 

 

약혼식 파티에서 아버지 덴버스 경과 비콘스필드 부인에게 보이는 자신이 선택한 사랑과 삶에 대한 당돌할 정도의 단호한 태도는 그러한 기대를 어느 정도 만족시켜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뿐, 그녀도 어쩔 수 없이 지킬의 폭주를 무한한 사랑과 믿음으로 지켜 보기만 하는 엠마더군요. 그녀의 호소력 넘치는 노래에도 불구하고 엠마 캐릭터의 답답함에 대한 갈증은 풀리지가 않네요.

 

소냐는 원숙해진 춤과 노래, 연기로 여유롭게 하지만 여전히 무대에 선 긴장을 잃지 않고 완벽한 루시를 표현합니다. 그녀의 ‘Bring On The Men’은 여전히 섹시하며 ‘A new life’에서 보여주는 새 삶에 대한 희망과 의지는 감동적입니다(한가지, 루시의 인상이 너무도 강하여 그녀의 캐릭터가 거리의 여인이라는 스테레오 타입으로 굳어지는 건 아닌가 우려가 됩니다. 그녀는 이 작품 전 잭더리퍼에서도 연쇄살인마의 희생양이 되는 거리의 여인을 연기했습니다 ㅡㅡ;)

 

 

업그레이드된 기술적 완성도

 

<지킬앤하이드>의 또 하나의 긍지, 앙상블의 멋진 군무는 더욱 역동적으로 다듬어졌습니다. 샤롯데씨어터의 무대 가로 폭이 좁은 때문일지는 몰라도 보다 빨라지고 한층 정교해진 느낌입니다. 2부 하이드의 본격적 연쇄살인극은 앙상블의 군무와 어우러지면서 관객의 흥분과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는 스펙터클을 연출합니다.


 

 

검붉은 핏빛을 기조로 한 무대는 금방이라도 살인이 벌어질 듯 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덕분에 지킬을 내내 비추는 밝고 환한 사선의 스포트라이트와 ‘Confrontation’에서의 강렬한 조명 대비가 더욱 큰 극적 효과를 발휘합니다. 심플한 세트는 관객의 시선을 온전히 배우들에게 집중시키는 동시에 세련된 무대 전환을 가능하게 합니다.

훌륭한 배우들의 퍼포먼스 못지 않은 기술적 완성도 또한 이번 <지킬앤하이드> 공연에서 도드라지는 점입니다.



 

길 읽고 어둠을 헤매는 인간에게 구원을 주겠다던 강한 신념의 소유자였던 지킬은 결국 그 신념에 대한 자만으로 오히려 자신을 더 큰 어둠 속 괴물로 만들고 파멸하고 맙니다.

 

이번 공연을 보며 <지킬앤하이드>의 절대적 비극은 결코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인간 모두에게 적용되는 보편이 아닐까 새삼 느꼈습니다.

극 초반 아직 신념에 차 있던 지킬은 객석을 향해 이야기합니다. 이건 바로 너의 이야기라고.

항상 내면 깊숙이 도사린 어둠과 분투해 보지만 때때로 자그마한 승리를, 그보다 훨씬 많은 경우 惡 앞에 무릎 끊고 마는 로서는 그 경고를 인정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사족:,

1. 2부 암전 중 번개 섬광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하이드의 등장은 그 자체로 충분히 극적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때 천둥 소리가 지나치게 커서 관객의 극에 대한 몰입을 끊는 역작용이 있는 듯 합니다.

2.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잭더리퍼는 똑같이 빅토리아 시대, 1888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티븐슨이 원작소설인 ‘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를 출간한 것은 1886년이라고 하는데 혹시 인류 최초의 시리얼 킬러, (실존 인물로 1888년에 범죄를 저지른) 잭더리퍼는 스티븐슨의 소설에 자극 받아 모방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닐까요? ^^; 물론 그는 위선에 찬 기득권자를 처형한 하이드와 달리 힘없는 거리의 여인들만 살해했지만요.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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