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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11 [연극 블루룸] 한없이 공허에 가까운 블루

이 리뷰는 오픈리뷰 사이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openreview.co.kr/mboard.asp?Action=view&strBoardID=02_02&intSeq=2270

 

한없이 공허에 가까운 블루

- 연극 블루룸리뷰 -

 

공연 일시: 2011115() 오후 6

공연장: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연출: 이안규

캐스트: 김태우, 송선미

 

오디뮤지컬컴퍼니의 10주년 기획 아주 특별한 2인극의 마지막 작품인 <블루룸>이 공연 팬의 특별한관심 속에 상연되고 있습니다. 1998년 런던 초연 당시 이 작품에 출연한 헐리웃 톱스타 니콜 키드먼의 전라 노출이 해외토픽으로 국내에 소개될 만큼 큰 화제를 뿌렸는데요. 이번 국내 초연에서도 무비스타인 김태우, 송선미의 출연과 함께 그들의 노출 수위에 대한 조금은 선정적인 관심이 뜨겁습니다(물론 19금을 표방한 기획사의 마케팅도 한몫 했겠지요^^)

 

 

<블루룸>의 원전은 오스트리아의 작가 아르투어 슈니출러의 1897년 작 라이겐입니다.(라이겐은 원무(圓舞), 동그랗게 둘러선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추는 유럽 춤이라고 합니다. 마치 강강수월래 같은) 슈니출러는 우리 관객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샷과 작년에 상연된 조정은의 국내 복귀 뮤지컬 로맨스로맨스의 원작자라고 하면 !’하실 분들이 계시겠지요. ‘아이즈 와이드 샷은 권태와 의심에 빠진 부부의 위험천만한 성적 모험담이며 로맨스로맨스’(2)는 각자의 배우자에 무감각해진 기혼 남녀의 아슬아슬하고 (어쩌면 실제 섹스보다 더) 끈적끈적한 하룻밤의 밀당 스토리입니다. 두 작품의 내용과 인물을 복기해 보면 연극 <블루룸>의 이미지를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습니다.

 

 

연극 <블루룸>의 화두 역시 섹스입니다.

창녀와 택시기사를 시작으로 차례로 입퇴장하는 가정부, 가정부의 주인집 학생, 유부녀, 유부녀의 정치가 남편, 모델, 극작가, 여배우, 귀족남은 그 순서대로 상대를 바꿔가며 릴레이로 섹스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족남과 다시 등장한 창녀가 하룻밤을 보내는 것으로 성적 일탈의 라이겐은 완성됩니다.

 

 

다양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열 명의 등장인물은 각자 두 사람의 파트너와 상대를 하게 되는데 상대하는 대상(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태도와 행동을 보입니다. 앞선 릴레이(?) 주자에게 권력을 행사하던 중간자는 바로 다음 주자에게 관계의 헤게모니를 빼앗깁니다. 예를 들면 창녀를 무시하던 택시기사는 가정부에게 비굴한 구애를 하며 극작가를 애태우던 여배우는 귀족 남자에게 농락당하고 마는 식입니다(관계의 릴레이 끝 주자일수록 더 큰 권력을 가진 자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관계의 헤게모니 결정에는 단순히 사회적 신분의 우열만이 아닌 상대에 대한 욕망의 크기까지 복합적으로 작용을 한다는 것입니다.

 

 

한가지 더. 언제나 그렇듯이 한 번의 관계를 위하여 남자()는 온갖 교언을 끌어 오고, 섹스를 한껏 지연시키는 전략으로 여자()는 섹스 이후에도 자신의 우월한 위치를 지속하려 합니다.

<블루룸> 2인극으로 유효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두 명의 배우는 다양한 인물 군상으로 등장하지만 결국 성적 욕망의 접근에 있어 남녀의 모습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김태우와 송선미, 두 스타 배우는 나름의 최선을 다했지만 오랜만의 무대가 아직까지는 긴장되고 어색한 모습입니다. 좀 더 인물에 집중하는 연기, 특히 무대 연기의 기본이랄 수 있는 발성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배우의 섹시한 매력은 이 건조한 욕정극에 숨통을 틔어 주는 활력입니다(여신 같은 외모와 달리 아이처럼 앙증맞은 송선미씨 특유의 음색에 지극히 노골적인 대사조차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으로 전달됩니다)

이미 많은 관객들이 지적한 번역체의 대사는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며 지나치게 단조로운 톤의 연출 역시 중반 이후 극의 긴장감을 떨어트리는 패착입니다.

반면 반투명 블루 톤의 조명과 모던한 소품들, 정성 들여 준비한 의상은 작품에 세련된 품격을 불어 넣습니다.

 

 

창녀 이렌느와 하룻밤을 보낸 후 깨어 난 아침, 귀족 말콤은 나처럼 돈을 지불하고도 잠만 자는 남자가 있느냐며 자못 뿌듯한 얼굴로 그녀에게 묻지만 당신이 지난 밤 얼마나 격렬하게 날 안았는데요라는 이렌느의 대답에 이내 실망스럽게 그냥 잠만 잤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읊조립니다.

 

충족되는 순간 오히려 한없이 공허해지는 가벼운 욕망만이 블루룸을 지배합니다.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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