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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화, 공연(뮤지컬, 연극) 등 보고 끄적이는 공간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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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21 [뮤지컬 루나틱] 뮤지컬 '루나틱'의 강박증

- 공연 일시: 2011년 9월 16일(금) 오후 8시
- 공연장: 성균관대 새천년홀
- 캐스트: 윤선희(굿닥터), 김혜연(고독해), 이기형(나제비), 백재현(남편), 김동현(정상인)

최근 발표된 독일 드레스덴 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럽인구의 약 38%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무려 열 사람 중 네 명이나 (물론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미쳤다는 이야긴데요. 이들보다 세상살이가 훨씬 팍팍한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적 정신건강도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공중그네에는 별의별 희한한 정신질환자들이 등장하지요. 역시 절대 정상인으로는 보이지 않는 의사 이라부가 참으로 황당한 방법으로 이들을 치료하는데요. 결국 이라부의 치료법은 병의 원인이 되는 강박을 환자 스스로 자연스럽게 깨도록 하는 일탈적 환경의 제시입니다.

 

메디신(medicine) 뮤지컬(musical), 이름하여 메디컬(medical)이라 명명한루나틱이 주장하는 것도 세상의 정연한 질서로부터의 일탈입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 미친 세상을 행복하게 살려면 미치는것이 정답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뮤지컬 루나틱이 이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은 투박하고 거칩니다.

 

 

 

상연시간 100분 동안 관객들의 폭소는 쉴새 없이 터집니다.

관록의 스타 희극인 백재현씨가 특유의 뚱한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지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관객들은 자지러지고 김혜연씨의 경이로운 몸 개그 퍼포먼스에 객석은 박장대소로 들썩거립니다. 지난 8년 간 수없이 많은 공연의 시행착오를 통하여 다듬어졌을 웃음의 포인트와 그 리듬은 관객의 배꼽을 빼놓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앙상블과 어우러진 귀엽고 익살스런 군무도 나름 사랑스럽습니다. 많지 않은 넘버도 못 들어 줄 극악한 수준은 아닙니다.

 

그런데 딱 요기까지입니다.

 

나제비-고독해-정상인, 3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 뮤지컬 루나틱은 웃음으로 관객을 홀리는데 집중한 나머지 자기가 하고자 했던 말을 잊어 버린 것처럼 보입니다(혹은 관객에게 하고픈 말 따위, 애초에 없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제비의 슬픈 러브스토리는 상투적이며 고독해 할머니의 에피소드는 뜬금없습니다. 관객들은 두 에피소드에서 한껏 웃음을 터트리지만 그 두 사람의 사연에 공감할 그 무엇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어지는 정상인의 어둡고 무거운 사연은 너무도 갑작스러운데 역시 전체적인 극의 맥락에서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극을 이끄는 역할의 굿닥터는 각 에피소드 사이마다 등장하여 이 슬픈 사연의 주인공들이 미친 후에 얼마나 행복해졌는지를 관객에게 설명하며(그런데 미쳐버린 그들이 무슨 이유로 행복하단 건지?) 여러분들도 다 같이 미쳐보는 것이 어떠냐고 계속해서 주입 교육의 계몽을 합니다.

 

이 계몽은 극이 끝난 후에도 무려 10분 이상 계속됩니다. 커튼콜 이후 다시 등장한 백재현 연출은 감히관객을 상대로 매우 거친 어투의 교육과 훈계를 몇 차례나 반복합니다. 이 모든 것은 작품에 대한 비겁한 변명으로 보일 뿐입니다. 공연이 끝나면 그 작품에 대한 평가는 오롯이 관객의 몫입니다. 오히려 관객들을 붙잡아 놓고서 관극 행태를 평가하는 무례는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뮤지컬 루나틱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처럼 깊은 강박에 빠진 신경증 환자처럼 보입니다. 웃겨야 산다는 한없는 가벼움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동시에 무언가 감동과 의미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작품이 되고 싶다는 강박

 

루나틱이 이러한 강박에서 자유로워질 때 루나틱 록앤롤은 더 한층 흥겨워질 겁니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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