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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화, 공연(뮤지컬, 연극) 등 보고 끄적이는 공간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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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명뮤지컬 코로네이션 볼(Coronation Ball from Starmania)

공연일시 - 201118() 오후 3

공연장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캐스트윤영석(제로 장비에), 손준호(조니 록포르), 정원영(지기), 신영숙(사디아/텔라 스포트라이트), 엄태리(크리스탈), 문혜영(마리 잔느)

 

코로네이션 볼은 프랑스뮤지컬의 특징인 생략과 상징으로 여백의 미학을 강조하면서 노래 한 곡, 한 곡에 스토리와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하기 내용은 스토리와 노랫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팁입니다

 

공연 전 티켓박스에서 나누어 준 한 장짜리 공연 Tip’에는 간단한 줄거리에 앞서 상기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근데 이것 참 이상합니다. ‘생략상징으로 여백의 미학을 강조한다면서 관람 전 친절한 요약 스토리 배포로 스포일러를 자행하는 이율배반이라니. 


 

 

뮤지컬이라고요?

 

공연 Tip’의 존재 이유는 자명합니다. <코로네이션 볼>은 뮤지컬이라는 서사 장르로서 최소한의 이야기 틀을 갖추지 못한 것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나누어 준 공연 Tip’을 예습하지 않고 공연을 본다면 이거 도대체 무슨 이야긴가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사실 공연 Tip’을 읽고 보더라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만. 대신 인지한 스토리로 무대 위 상황들을 유추 내지 상상할 수는 있습니다)

매뉴얼에 의지하여 이야기를 전달하는 뮤지컬 작품이라니 가당치도 않은 일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코로네이션 볼> 앞에 붙어 있던 뮤지컬콘서트또는 갈라쇼로 대체하면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집니다. 사실 코로네이션 볼은 독립적 뮤지컬 작품이라기 보다는 프랑스의 전설적 고전 뮤지컬, <스타마니아>의 컨셉 콘서트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뮤지컬이란 꼬리표를 달고 생략과 상징, 여백의 미학을 운운한 이 작품의 홍보는 조금 심술지게 말하면 관객 기만이란 생각에 조금은 괘씸한 마음까지 듭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네이션 볼>은 꽤나 만족스런 공연입니다! ?

 

 

최고의 배우들이 들려주는 매혹적인 노래들

 

윤영석, 신영숙, 문혜영, 손준호, 엄태리.

이런 최고 수준의 가창력을 지닌 뮤지컬 배우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다니! 도대체 <코로네이션 볼>은 어떤 작품인가? 처음부터 <코로네이션 볼>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압도적인 캐스팅에 있었습니다(더블 캐스팅된 팝 가수 진주베이지도 절창으로 소문난 분들입니다)


 

 

공연을 보고 나니 , 배우들 모두 진심으로 이 작품의 노래들에 매혹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짐작하건대 이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한 무대에 올릴 수 있었던 힘은 뮤지컬 <스타마니아>의 아름다운 넘버에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이 멋진 넘버들을 들려 주기 위해 의기투합 한 것은 아닐 지.

 

올해 뮤지컬 넘버 중 단연 최고의 넘버로 기억될 주옥 같은 음악이란 이야기만큼은 절대 빈말이 아닙니다. 90분 동안 끊임없이 연주되는 열여덟 곡의 노래 중 어느 한 곡 가볍게 들을 노래가 없습니다(유로 팝을 기본으로 락과 클래식을 버무린 스타마니아의 넘버들은 이후 프랑스 뮤지컬 넘버들의 전범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독재자 장비에(윤영석)가 자신 인생의 이면, 이루지 못한 꿈을 노래하는 ‘Businessman's Blues’와 마리(문혜영)의 독창으로 시작해 모두의 합창으로 이어지는 ‘Le monde est stone’은 한 순간에 듣는 이를 매혹시키는 곡들입니다.



 

또한 연인의 죽음에 절망한 조니 록포르(손준호)의 절규에 가까운 노래 ‘SOS d’un terrien en detresse’ 를 듣고 있노라면 그 처연함에 소름이 돋을 지경입니다. ‘모차르트!’, ‘스팸어랏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보여 준 신영숙은 테러집단의 보스 사디아와 쇠락하는 스타 스포트라이트의 상반된 두 배역을 절정의 가창력과 능수능란한 연기로 표현합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비중(부르는 넘버가 가장 적습니다)에도 불구하고 엄태리의 달콤한 목소리와 정원영의 독특한 댄스는 돋보입니다.


 

 

이처럼 국내 뮤지컬 계의 손꼽히는 절창, 여섯 배우가 이 아름다운 곡들을 노래하는 순간을 맛 볼 기회는 그리 흔치 않을 것입니다.

 

 

<스타마니아>의 정식 공연을 위한 뽐뿌질

 

<코로네이션 볼>을 보고 나니 진심으로 뮤지컬 <스타마니아>가 궁금해집니다. 100% 완성도를 다한 뮤지컬 버전을 보고 싶습니다. 장소영 감독이 이끄는 6인조 밴드의 음악도 좋았지만 보다 큰 규모의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스타마니아의 아름다운 넘버들을 다시 듣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배우들을 포함하여 이번 <코로네이션 볼> 공연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의도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스타마니아>에 대한 뮤지컬 팬들의 열망을 일으켜 그 힘으로 <스타마니아>의 정식 공연을 도모하자’, ‘그건 이 작품의 아름다운 넘버들을 들려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머 이런 것이 아니었을지.

 

만약 그랬다면 그 생각은 적중했습니다. 이번 <코로네이션 볼>에 만족한 관객이든 실망한 관객이든 이 아름다운 음악에 대한 경외만큼은 한마음일테니까요.

 

 

사족:

배우들의 의상에는 상대적으로 많이 신경을 쓴 편인데요. 그 느낌이 SF영화 <5원소>에서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가 보여 준 과장된 패션 스타일과 아주 유사합니다(특히 크리스탈의 하얀 드레스!) , 뮤지컬 <스타마니아>는 아주 먼 미래에 펼쳐지는 범죄와 사랑, 암울한 절망 속에 희망을 노래하는 이야기랍니다.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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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리뷰전문 사이트 오픈리뷰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openreview.co.kr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조용필의 노래중에서)

 

반짝이는 네온처럼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인구 이천만의 거대도시 서울.

많은 사람들이 부푼 희망과 기대를 품고 이 곳을 찾지만 냉정한 이 도시의 실제 모습은 쉽사리 그들의 꿈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외로움과 좌절 속에서 언제 어디서 왜 여기에 왔는지하는 기억조차 희미해지는 것을 피곤하게 지켜 볼 따름입니다.

 

서울살이 5년 차 강원도 아가씨 나영과 그 이웃의 이야기, 뮤지컬 빨래가 어느덧 공연 4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우리 또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로 올라 온지 5년 된 나영은 그동안 다섯 번인가 여섯 번인가 직장을 옮겼고 두 번의 짧은 연애를 했습니다. 꿈을 위해 등록했던 야간대학은 포기한 지 오래이며 한때 문학소녀였던 그녀의 소설책들은 이제는 잦은 이사 때의 무거운 짐일 뿐입니다.

고향에서 대학까지 공부한 몽골의 이주 노동자 솔롱고는 가족을 위해 기회의 땅 한국을 찾은 지 벌써 5년이 되었지만 이 땅에서 그는 아직도 인간 이하의 철저한 타자입니다. 욕먹고 매맞으며 무시 당하는 일은 그와 동료들의 일상입니다.

 

 

주인공 나영과 솔롱고 외에도 욕쟁이 주인 할머니, 동대문에서 장사하는 희정 엄마, 그의 연인 구씨까지 뮤지컬 빨래속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생생합니다. 바로 이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 가는 이웃(어떤 이들에게는 그저 주변 ㅡㅡ;)이며 이들의 삶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죠.

 

공감(共感)은 뮤지컬 빨래의 가장 큰 힘입니다.

나의 이야기, 내 이웃의 이야기인 빨래는 결국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 나영이 당하는 불합리한 직장 내 처우에 분노하고 그녀의 고단한 서울살이를 보며 비애에 젖습니다. 착취 당하고 모욕 당하는 솔롱고를 보며 안타까움과 반성을 동시에 생각합니다.

현실을 환기시켜 정서와 사유를 끌어 내는 힘이 뮤지컬 빨래에는 있습니다.

 

, 그렇다고 빨래가 어둡기만 한 우중충한 공연이 아닙니다. 빨래는 팍팍한 현실을 유쾌한 웃음으로 치환하고 삶의 고단함을 넘어 서는 건강한 연대의 힘을 보여 줍니다.

 

 

 

나아가 주인공 나영과 솔롱고에게는 옥상을 로맨틱한 판타지공간으로 허락하기도 합니다. 빨래를 널기 위해 오른 옥상에서 두 사람은 대화와 이해를 통해 발 딛고 사는 땅에서 겪었던 외로움과 괴로움을 한때나마 훌훌 털어 버릴 수 있습니다.

 

 

브라보! 진심이 담긴 연기와 노래

 

시원스레 공연을 여는 서울살이 몇 핸가요는 빨래의 이야기를 함축한 넘버로 공연을 보고 나면 한참 동안 따라 흥얼대게 하는 중독성이 있습니다. 빨래의 넘버는 서울살이 몇 핸가요와 같은 경쾌한 곡들과 등장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애조 띤 곡들로 나눌 수 있는데요.(전자와 후자 모두 가사가 그야말로 예술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애조 풍의 곡들, 특히 나영이 자취방에서 몸을 웅크린 채 부르는 서울살이 이야기나 술 취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부르는 왜 사는 게 이렇게 힘들지가 너무도 좋았습니다. 엄태리 씨가 이 곡들을 부를 때 나영의 진정이 절절하게 전달되어 객석에서도 같은 무게의 외로움과 고단함을 똑같이 느꼈습니다. 노래 뿐 아니라 엄태리 씨의 연기 또한 그냥 그녀가 나영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습니다.

 

언제나 모두 빼어난 연기를 보여 주는 빨래의 조연(사실 빨래에서 딱히 주, 조연을 나누는 것은 무의미합니다만) 배우들이지만 이날의 공연에서 가장 빛난 건 동대문 장사꾼 희정 엄마 역의 이미선씨입니다. 그녀가 연기한 할말 못 할말 없이 직설을 퍼붓지만 누구보다 깊은 속정을 지닌 희정 엄마는 , 맞아 바로 그 아주머니야라고 무릎을 칠 정도의 진짜였습니다.

 

 

빨래가 진짜가 아닌 것이 될 때

 

2007년에 초연된 뮤지컬 빨래는 어느덧 4년이 지난 2010년 현재의 무대에서도 거의 변한 것이 없습니다. 추민주 작가(겸 연출)가 만들어 낸 인물들과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과장 없는 현실이며 이에 대한 관객의 공감 또한 그대로 입니다.

 

사실 이건 슬픈 일입니다. 뮤지컬 빨래의 감동이 변함없이 유효하다는 이야긴 지난 4년간 이 땅과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조금도 좋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니까요. 나영이와 솔롱고의 삶은 아직도 여전히 외롭고 고단한 겁니다.

 

뮤지컬 빨래는 정말 좋은, 사랑스런 작품이지만 빨래를 보고서 에이, 저건 옛날 이야기지. 요즘 저런 게 어디 있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현실의 해피엔딩을 조금이라도 빨리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공연명뮤지컬 빨래

공연일 - 2010 4 24() 오후 3

공연장 - 대학로 학전그린 소극장

캐스트엄태리(나영), 정문성(솔롱고), 김효숙(주인 할매), 이미선(희정 엄마), 김태문(서점 사장), 권형준(구씨), 최연동(마이클), 강유미(여직원)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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