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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6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Stand by me

이 글은 리뷰 전문 사이트 오픈리뷰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openreview.co.kr

공연일 - 2010710, 11, 13

캐스트신성록-이창용(10), 류정한-이창용(11), 류정한-이석준(13)

 

네 머리 속에 이야기만 수천 개야, 그 중에 하나 골라 쓰면 돼

 

이야기와 이야기, 그리고 또 이야기.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이하 <스토리>)의 정체성은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토마스 위버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작가이며 바로 지금 절친 앨빈 캘비의 생을 기리는 이야기(송덕문)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 토마스와 앨빈의 우정은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인 영화 멋진 인생으로 시작되었고 두 친구의 빛나는 유년의 추억 대부분이 앨빈 아버지의 서점 헌책과 새책에서 쌓은 것입니다. 앨빈은 ‘1875년보다 좀 더 멋진 1876년을 만든이야기 톰소여의 모험을 선물하는 것으로 토마스에게 작가로서의 삶을 선물했습니다.

 

<스토리>는 친구 앨빈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망연한 토마스가 그 죽음의 의미와 이유를 묻는 여정입니다.

죽마고우 단짝의 죽음을 접한 토마스의 처음 마음은 죄책감(‘난 앨빈을 위해 아무것도 해 주지 못했어’)입니다. 죄책감에서 벗어 나고자 하는 토마스는 앨빈의 죽음에 대한 이유를 찾아 보지만 보지 못한 일(스스로 택했다고 추측되는 앨빈의 죽음)에 대해서 알 수는 없는 법. 그래서 토마스는 죽음의 직접적인 이..를 찾는 대신 앨빈과의 추억을 하나씩 떠올려 보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죽음의 의..를 찾으려 시도합니다.


 

 

토마스와 앨빈, 두 친구의 켜켜이 쌓인 추억 이야기로의 여행에 동참했던 관객들은 어느 사이 자신들만의 내 인생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시게 됩니다. 경험한 바 자신하건대 <스토리>는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볼 때 더 많은 이야기가 보이고 그로 인한 가슴 속 울림이 커지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우정’, 인류 보편적 감성

 


사실 <스토리>는 굉장히 미국적인 이야기입니다. 극 중 중요한 상징이 되는 멋진 인생’(스필버그가 가장 좋아한다는 프랑크 카프라의 걸작 영화)톰소여의 모험은 미국민의 보편적 감성을 대표하는 작품들입니다. ‘멋진 인생을 모르고서는 토마스를 영화 속 수호천사 클라렌스처럼 생각했던 앨빈의 토마스에 대한 애착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조지 베일리와 달리 앨빈이 다리에서 뛰어내렸을 때 그의 수호천사 토마스는 없었습니다) ‘톰소여의 모험속 주인공 톰과 허크의 빛나는 우정(저는 이 소설의 주제가 우정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은 고스란히 유년시절의 토마스와 앨빈에게 투사되지만 소설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그 의미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왜 앨빈이 수많은 이야기들 중 톰소여의 모험을 택했을까?)


 

 

전형적 미국 문화의 적극적 인용에 어리둥절할 수도 있지만 크게 길을 잃을 위험은 없습니다.

우정’, 특히 유년시절의 우정은 전 세계인에게 통용되는 만국 공통의 감성 언어이기 때문이죠! <스토리>는 소박하지만 세련되게, 조용하지만 큰 울림으로 우정의 소중함을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스토리>의 넘버는 아름답지만 스코어 자체가 도드라지기 보다는 이야기와 이야기의 정서를 보조하는 역할에 충실합니다. 이 영리한 선택 덕분에 이 작품의 드라마가 한층 유려하게 물 흐르듯 진행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미세스 래밍턴’, ‘1876’, ‘나비’, 그리고 토마스와 앨빈의 마지막 이중창 등 모든 넘버(의 스코어와 가사)는 따스하고 편안하며 아름답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넘버는 세 차례나 등장하는 우리 이별할 때입니다. 이 넘버가 특별한 건 과거 이별 당시 토마스의 심정 이상으로 앨빈을 저 세상으로 영원히 떠나 보낸 현재 토마스의 슬픔이 강하게 전달되었기 때문입니다.

 

 

토마스와 앨빈’()

 

달콤한 미성과 정확한 딕션, 류정한씨의 당대 최고의 가창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컨디션 탓인지 7 11일 프리뷰 때는 다소 불안했지만 13일 오픈 공연에서는 바로 본 궤도에 올라섰습니다) 게다가 꼬마 토마스를 연기할 때의 앙증맞은 모습은 이전과는 다른 의미에서 여성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듯 합니다(전 폭소를 터뜨렸지만 ^^) 하지만 성인 토마스 때의 지나치게 심각하고 드라이한 모습과 동숭극장을 울리는 정교한 가창은 전체적인 드라마와 유리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히려 신성록씨의 토마스가 좀 더 느낌이 좋았습니다. 이 작품에서만큼은 그의 매력적인 중저음이 류정한씨의 미성보다 더 잘 어울리는 듯 합니다. 조근조근 관객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스토리>의 스타일 상 토마스는 저음의 배우가 맡았을 때 드라마적으로 더 강한 흡인력이 있지 않나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성인 토마스의 표현에 있어서도 류정한씨는 작가라기 보다는 회계사 같은 느낌인 반면에 신성록씨는 슬럼프에 빠진 작가의 분위기를 잘 풍겼던 것 같습니다. 좀 더 인간적인 느낌.

 

 

작년 스프닝어웨이크닝이 조정석을 위한 작품이었다면 <스토리>는 이창용을 위한 작품입니다.

 

웃고 찡그리는 표정, 자그마한 동작, 귀여운 말투, 어딘가 외로워 보이는 분위기 모두가 그야말로 특별한 아이, 괴짜 앨빈 그 자체였습니다. 표현력만큼이나 훌륭한 노래 솜씨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미세스 래밍턴을 노래할 때의 따듯하고 귀여운 앨빈의 표정이 오랫동안 기억될 듯 합니다.

이석준씨는 앨빈보다는 앨빈의 아버지가 더 잘 어울릴 듯 합니다. 실제로 The Greatest Gift’에서 앨빈이 책을 찾아 주는 아버지 흉내를 낼 때 그게 흉내처럼 느껴지지가 않더라는 ^^;

이창용의 앨빈이 감수성 강한 괴짜 왕따 소년의 이미지라면 이석준이 표현하는 앨빈은 성장하고서도 철이 안 난 동네 형 같은 이미지랄까요,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인상입니다 ^^

 

뮤지컬 <스토리>에는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와 격렬한 감정의 부딪힘 같은 자극적인 장치는 없습니다. 그저 소박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풀어 놓을 뿐이지만 그 잔잔한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뭉클해지는 가슴과 뜨거워진 눈시울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최소한 두 번은 깜짝 놀랄 마법과 같은 순간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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