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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화, 공연(뮤지컬, 연극) 등 보고 끄적이는 공간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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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0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 올드보이 혹은 복수는 나의 것

 

소년들의 피를 끊게 만드는 대 모험 로망 삼총사의 알렉상드르 뒤마가 남긴 또 다른 걸작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그야말로 복수 서사물의 원형이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에게는 암굴왕이란 제목으로 잘 알려진 이 소설의 내용은 자신이 가장 믿었던 친구들의 배신으로 자유와 사랑을 빼앗기고 지옥으로 떨어졌던 청년 단테스가 복수의 화신으로 부활하여 벌이는 냉정하고 잔혹한 복수극입니다.

이 소설을 읽은 지 벌써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지하감옥을 탈출하는 장면에서 손에 땀을 쥐던 흥분과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처절한 복수에 통쾌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린 소년의 가슴을 아리게 했던 연인 메르세데스와의 비련 역시.

 

영화(14년간 갇혀 지낸 단테스와 15년간 감금 당한 오대수.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조차 몬테크리스토의 자장 안에 있습니다 ^^;)로 드라마로 여러 차례 만들어졌던 이 장대한 복수극이 이번에는 뮤지컬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오오! 프랑크 와일드혼

 

올해 상반기 뮤지컬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몬테크리스토>. 일찌감치 발표된 화려한 캐스팅도 한 몫 했겠지만 그 무엇보다 (한국인이 사랑해 마지 않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작곡가 프랑크 와일드혼의 최신작이라는 점이 분명 그 기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장에 대한 기대는 한치도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장엄한 ‘Prologue’부터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이유 모를 불안과 기대로 관객들의 가슴은 두근대고 이때 이미 거장은 자신의 음악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쥐락펴락하기 시작합니다.

사랑에 빠진 연인 단테스와 메르세데스의 듀엣 사랑이 진실할 때는 감미로움으로 충만하며 욕망으로 친구를 배신한 세 악당의 뻔뻔한 변명 역사는 승리자의 것은 분노를 자아냅니다. 결연한 복수를 천명하는 몬테크리스토의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에는 짜릿한 대리만족의 통쾌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대 곁에

뮤지컬 역사 상 가장 드라마틱한 발라드 중 하나로 기억될 이 노래는 영원한 사랑에 대한 절절함과 그 이상의 안타까움이 함께 묻어 납니다. 분명 오랫동안 뮤지컬 팬들을 매혹시킬 곡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완벽하리만치 아름다운 곡들을 소화하는 배우들의 역량 또한 박수를 주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류정한은 마치 지킬앤하이드에서 그랬던 것처럼 순수한 청년 단테스와 복수의 화신 몬테크리스토를 상이한 인격으로 분리하여 연기합니다. 메르세데스와 사랑을 속삭이는 단테스의 목소리는 한없이 감미롭고 부드러운 반면에 지옥을 경험한 몬테크리스토의 노래는 카리스마 넘치는 분노로 활활 타오릅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원수들 앞에서 짐짓 냉정한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지만 거칠 것 없는 분노의 표현이 주는 카타르시스도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비련의 여인, 메르세데스를 연기한 차지연의 폭발적인 가창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차지연의 메르세데스에는 연인의 죽음 후 세상을 버린 듯한 처연함을 넘어 선 강한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옥주현씨라면 보다 처연함을 강조된 연기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

전동석의 알버트는 로미오처럼 매력이 넘쳤고 이용근의 파리아 신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웃음을 주었습니다.

 

다만 악당 삼인방(몬데고, 빌포트, 당글라스)2부 연기는 1부에서만큼 인상적이지 못했는데요. 이건 배우들의 탓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2부에는 마땅한 그들의 몫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서사의 파탄, 아쉬운 결말

 

최고로 행복한 순간에 나락으로 추락한 단테스가 지하 감옥에서 파리아 신부를 만나 자신을 배신한 원수의 실체를 알게 되고 복수의 의지로 몬테크리스토가 되는 순간까지의 1부는 빠른 호흡으로 비교적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진행됩니다. , 이로써 관객들 또한 몬테크리스토가 되어 통쾌한 복수를 만끽할 준비를 마치게 되지요.

 

어랍쇼, 그런데 복수의 준비가 너무도 숨가빴던 탓일까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복수의 클라이맥스 입구에서 우물쭈물 하더니 후다닥 복수극을 대충정리해 버립니다. 그리고는 악인들은 모두 천벌을 받고 우리의 주인공들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동화스런 해피엔딩을 떡하니 내놓습니다. 알버트의 아버지가 몬테크리스토라는 스타워즈(I’m your father!)식 반전까지 곁들여서 말이죠.

 

완벽하게 매혹적인 복수극이 순식간에 허무 농담으로 전락하는 당혹스런 결말입니다.

 

이 허무한 결말에 맥이 빠지긴 했지만 프랑크 와일드혼의 아름다운 음악과 더불어 이 작품의 스펙터클한 의상과 무대 효과는 꽤나 유효합니다.

세트와 영상을 효과적으로 믹스한 단테스의 수중 탈출, 해적선에서의 Rock 콘서트(^^;), 로마에서의 카니발과 검투 장면, 몬테크리스토의 파리 사교계 입성 파티 등 보는 이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볼거리가 정말 풍부했습니다.

 

뒤마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고스란히 무대로 옮기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무대가 줄 수 있는 스펙터클을 최대화 하는 것, 어쩌면 이것이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전략인 동시에 한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2010423일 오후 8, 유니버설 아트센터,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 캐스트류정한(에드몬드 단테스), 차지연(메르세데스), 조휘(몬데고), 전동석(알버트), 이용근(파리아 신부), 조순창(빌포트), 장대웅(당글라스), 한지연(루이자), 이미경(발렌타인)


위 리뷰는 리뷰전문 사이트 오픈리뷰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openreview.co.kr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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