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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28 [키사라기 미키짱]오덕 탐정단, 키사라기 살인사건

공연 일시: 2011617() 오후 8

공연장: 컬처스페이스 엔유

캐스트: 김한(이에모토), 이철민(키무라 타쿠아), 박정민(스네이크), 최재섭(야스오), 딸기소녀(김병춘)

 

 

지난 9일 대학로 스페이스엔유에서 막을 올린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은 작년 2월 동명의 영화로 국내에 먼저 소개된 바 있습니다. 많은 관객을 모으진 못했지만 오구리슌, 코이데 케이스케 등 꽃미남 배우들과 카가와 테루유키, 유스케 산타마리아 등 개성파 배우들이 함께 출현한 영화 키사라기 미키짱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재기 발랄한 이야기 전개로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지요.

 


 

국내에는 연극보다 영화가 먼저 소개되었지만, 사실 <키사라기 미키짱>은 일본에서 연극이 큰 대중적 호응을 얻으면서 영화화가 진행된 케이스입니다. 그만큼 오리지널 연극이 탄탄한 재미를 지니고 있었다는 반증일겁니다. 그리고 <키사라기 미키짱> 한국 초연은 이 작품의 재미를 확실하게 입증했습니다.

 

 

분주히 모임을 준비하는 한 남자의 모습으로 연극은 시작됩니다. 하나 둘 차례로 참석자들이 모이면서 밝혀지는 이 모임의 정체는 1년 전 자살한 아이돌(?) ‘키사라기 미키짱의 인터넷 팬 카페. 참석자들은 모두 미키짱의 열혈 팬으로 그녀의 1주기를 맞아 첫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 위해 모인 것입니다. 어색한 소개와 인사를 마친 이들은 이내 오타쿠 특유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미키짱에 대한 추억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지만 한 참석자가 미키짱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참석자들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오타쿠, 미키 밖엔 난 몰라

 

오타쿠. 게임,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기원한 오타쿠는 특정 대상이나 분야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매니아들을 지칭하며 다소간 냉소적,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되고는 합니다.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의 전반부 재미는 바로 이 오타쿠들의 문화 생태적 특징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에 있습니다.

 


 

참석자들도 인정하듯이 미키짱은 그저 그런 그라비아 모델로 성공한 아이돌 스타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지만 그들만이 알아 보고 그들만이 공유하는 오타쿠 특유의 감식안은 미키짱의 낙천성, 태생적 밝음에 주목하고 그들은 그녀에 대한 절대적 사랑을 바칩니다.

추모 모임의 참석 복식에 대한 설전, 키사라기 미키짱 전집 콜렉션에 표하는 경의(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들은 손을 깨끗이 소독하고 하얀 장갑을 낀 후에야 콜렉션에 손을 댑니다^^) 등 터무니 없이 진지한 참석자들의 행동은 관객들의 눈에는 마냥 우스꽝스럽게 보일 뿐입니다. 특히 미키짱 헤어 누드를 보고 싶은 욕망과 치열하게갈등하는 이 오타쿠들의 모습에는 터지는 폭소를 자제할 길이 없습니다.

 

미키짱에 대한 사랑의 크기를 재고 그녀에 대한 지식의 정도를 겨루며 화기애애한 공감대를 형성하던 이 추모 모임의 분위기는 카페 아이디, 키무라 타구아의 미키짱 타살 주장과 함께 소년탐정 김전일모드로 급 반전합니다.

 

 

오타쿠들의 김전일 탐정 놀이

 

 

범인은 우리 중에 있다는 전제 속에서 미키짱의 열혈 팬에서 한 순간에 키사라기 살해 용의자들로 뒤바뀐 모임의 참석자들. 이제 한 명씩 차례로 밝혀지는 그들의 숨겨진 진짜 정체에 관객들은 경악과 함께 연극의 전반부보다 더 큰 폭소를 금치 못합니다. 사실 키사라기의 살인범에 대한 추리는 참석자 중, 진짜 미키짱의 오덕 팬은 누가인가를 찾는 과정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다행히도(아니 사실은 당연하게도^^) 이 오덕들의 탐정놀이는 시체가 난무하는 참혹한 비극의 김전일의 에피소드와 달리 단 한 명, 진짜 오타쿠의 순정(純情)이 특별한 보상을 받는 훈훈한 결말로 끝을 맺습니다.

 

 

웬만해선 그들을 말릴 수 없다

 

일본 작가 미타니 코우키 작품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으로 대학로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던 이해제 연출은 속도감 넘치면서도 탄력과 리듬을 잃지 않는 전개로 희극 연출에 일가견이 있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2층 구조의 무대는 배우들의 동선 운용에 매우 효과적이었고, 특히 미키짱과 각 오타쿠 간의 인연을 보여 주는 회상 장면에서 아주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물론 <키사라기 미키짱>이 유발하는 폭소의 일등공신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입니다. 다섯 명의 배우들은 개별 캐릭터의 개성을 넘치게 표현하는 와중에도 서로간의 빼어난 연기 호흡을 보여 줍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덜 튀는 이에모토 역의 김한은 차분한 연기로 자칫 산만해 질 수 있는 극의 중심을 잘 잡아줬으며, 딸기소녀(! ^^)역의 김병춘은 몸을 사리지 않는 슬립스틱과 외모에 걸맞지 않는 소심한 표정 연기로 쉴새 없이 관객들의 박장대소를 이끌어 냈습니다.(제가 본 공연의 캐스팅은 미키팀이었습니다)

 

극이 끝난 후 미키짱의 경쾌한(?) 노래에 맞춰 보여 주는 다섯 남자의 소녀시대 부럽지 않은 군무는 한바탕 폭소의 대향연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관객을 달래는 보너스 트랙입니다.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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