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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화, 공연(뮤지컬, 연극) 등 보고 끄적이는 공간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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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미 아마데우스

- 뮤지컬 모차르트!’ Review –

 

고전 음악의 거장 모차르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1985년 오스카를 석권한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를 연기한 톰 헐츠의 경박하기 짝이 없는 기묘한 웃음소리입니다. 체코 출신의 거장 밀로스 포먼이 천재 모차르트와 범인 살리에르의 대결 구도로 풀어 낸 이 영화는 평단과 대중의 지지를 동시에 획득했고 이후 모차르트의 대중적 이미지를 강렬하게 결정지어 버렸었죠.


 

뮤지컬 모차르트!’의 공연 소식에 즉각적으로 연상된 것 역시 영화 <아마데우스>와 그 영화 속 모차르트의 모습이었습니다. 역시나 영화 <아마데우스>와 일정 부분 교차되는 지점도 있긴 하지만 뮤지컬 모차르트!’의 이야기는 보다 다층적이고 풍부합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더 슈퍼스타

 

기존의 권위를 부정하며 끊임없이 예술과 삶의 자유를 갈구하는 뮤지컬 모차르트!’ 속 볼프강의 모습은 현대의 천재 대중 음악가들과 흡사합니다. 그것도 메인스트림의 슈퍼스타가 아닌 비운의 언더그라운드의 천재들과 많이 닮아 있는 걸 느낍니다. 실제로 현실과 괴리하며 35살의 나이에 요절한 볼프강의 생애에서 주류로의 투항을 거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커트 코베인을 떠올린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볼프강에게 레게 헤어 스타일과 찢어진 구제 청바지를 부여한 것은 단순히 겉멋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얼핏 영화 <아마데우스> 속 범인 대 천재의 대결을 변주한 것처럼 보이는 콜로레도 대주교와의 대립 역시 사실은 기존 권위에 대한 볼프강의 저항의식을 더욱 강렬하게 보여 주기 위한 장치처럼 보입니다. (제작진이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텍스트 바깥의 이야기이지만 이 지점에서 동방신기 멤버 김준수의 볼프강 역 캐스팅이 흥미롭습니다. 권력으로 볼프강을 소유하고 자기 뜻대로 지배하고자 하는 봉건 대주교의 모습에 아이돌 스타를 계약으로 옮아 매고자 하는 현대 거대 자본의 연예기획사가 겹쳐 보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모차르트 18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매우 모던한 이야기로 읽혀집니다.

 

한편 뮤지컬 모차르트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천재의 성장 스토리이기도 합니다. 볼프강의 아버지 레오폴드는 자신의 천재 아들에 대해 깊은 애정을 품고 있지만 때문에 그 이상으로 아들의 재능을 자신의 범주 안에서 훈육하고 재단하려 합니다. 볼프강은 아버지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갈등하고 고뇌하지만 기어이 자신의 삶과 예술을 추구합니다. 아버지가 드리운 커다란 억압의 그늘은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원인 중 하나가 되지만 또한 그 그늘을 벗어 나려는 노력이 그의 정신을 독립시키고 예술을 완성시키는 동력이 되는 것이죠.

 

이렇듯 천재 음악가의 삶을 다룬 팩션 뮤지컬 모차르트는 보편성을 띈 현대적인 이야기로 관객에게 제시됩니다.

 

 

전율의 보컬! 무대와 조명의 마술

 

어찌 보면 볼프강 모차르트의 삶을 연대기 순으로 밋밋하게 따라 가는 이 작품에 커다란 감동을 실어 주는 것은 주옥 같은 넘버들과 28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그 곡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배우들입니다.


볼프강에게 더 큰 세상에서 재능을 펼칠 것을 애정으로 충고하는 발트슈테인 남작부인의 노래 황금별은 신영숙의 맑고 풍부한 가창 그 자체로 감동입니다. 아들 볼프강에 대한 레오폴드 서범석의 사랑과 훈육의 양가적 감정은 마음 굳게 먹어라에서 절제된 목소리로 하지만 절절하게 표현됩니다. 극 초반 나는 음악으로 음악 신동의 자존을 교만하게 노래한 볼프강 임태경은 자유로운 삶과 예술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토해내는 록 넘버 내 운명 피하고 싶어 1부의 대미를 장식합니다.(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이 뮤지컬의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볼프강과 콘스탄체(정선아)의 발라드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 볼프강의 누이 닌넬(배해선)의 애잔한 넘버 왕자는 떠났네등 락과 발라드, 재즈를 아우르는 전곡 모두 높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 ‘모차르트 모차르트를 위시한 앙상블들의 합창곡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절창입니다.

 

 

타이틀롤부터 앙상블까지 전율의 가창력과 뛰어난 연기 호흡을 보여 주는 이 작품에서 또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건 무대와 조명입니다. 채워야 할 때와 비워야 할 때를 정확히 아는 무대 연출과 인물들의 감정과 오케스트라 연주의 리듬을 쫓아서 천변만화하는 조명은 관객들이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에 완벽하게 빠져들도록 합니다. 이 놀라운 마술의 지휘자는 우리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역시 탁월한 무대와 조명을 연출했던 유희성 서울시뮤지컬단장입니다.

 

오픈 전부터 여러 이슈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뮤지컬 모차르트!’는 그 관심과 기대 이상의 재미와 감동을 안겨 준 수작임에 틀림없습니다. 매 장면 장면마다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탄성과 박수 소리가 이를 확실하게 증명합니다!

 

<뮤지컬 모차르트!, 2010 1247,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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