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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화, 공연(뮤지컬, 연극) 등 보고 끄적이는 공간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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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뮐러>&<봄의 제전> 리뷰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LG아트센터에서 현대무용의 거장 피나 바우쉬의 대표작카페 뮐러봄의 제전이 공연되었습니다. LG아트센터 개관 10주년 기획공연 중 하나로 피나 바우쉬가 카페 뮐러에 직접 출연하여 거장의 진면목을 보여 줄 계획이었으나 작년 갑작스런 그녀의 타계로 그 동안 그녀가 이끌어 온 부퍼탈 탄츠테아터가 내한하여 고인의 대표작들을 공연했습니다.

 

먼저 고백을 하자면 이번 공연을 보기 전까지 저는 단 한번도 피나 바우쉬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당연히 현대 무용을 혁신시켰다는 그녀의 이름이 가지는 의미, 영향력 등에 대해 알 턱이 없지요(대한민국 사람 몇 퍼센트나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을까요? 피나 바우쉬 공연을 보러 간다는 이야기에 지인들 대답은 한결같이 그게 누군데?” ^^; 무용을 전공한(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그녀를 아는 일반인은 극히 드물 겁니다)

사실 꼭 피나 바우쉬가 아니더라도 무용에 대한 저의 교양과 이해는 일천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무지(無智), 백지(白紙) 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피나 바우쉬 공연에 대한 저의 리뷰는 그야말로 문외한이 바라 본 인상(印象)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먼저 명백히 하겠습니다. 무교양과 몰이해에서 온 오독(誤讀)이 있다면 -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 부디 자비로운 용서를. (여기저기서 비겁한 변명입니다!” 라는 추궁이 들려 오는 듯 합니다 ㅡㅡ;)

 

 

카페 뮐러

 

공연이 시작되면 테이블과 의자만이 무대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 뮐러라는 공연 명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이 공간을 카페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침묵과 어두움이 지배하던 이 공간에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인(그녀는 사진으로 본 피나 바우쉬와 닮아 보입니다)이 음울한 음악과 함께 등장하여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동작을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먼저 등장한 여인과 마찬가지로 하얀 옷을 입은 젊은 여인(한국계처럼 보였습니다)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고 역시 무언가를 갈구하는 몸짓을 반복하고 반복합니다. 또 이어 등장한 남자와 함께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또 다른 남자에 의해 이 사랑은 차단되거나 조작됩니다) 싸우는 듯 격렬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하지만 모든 몸짓의 공통점은 몇 번이고 반복된다는 겁니다.

 

카페 뮐러는 처음 등장한 여인의 꿈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그녀의 꿈 속 자아인 젊은 여인이 헤매는 무의식의 공간, 그래서 모호하고 불가해한(혹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세계가 카페 뮐러가 아닌지.

무용수들의 무표정한 표정과 거듭되는 반복 속에서 때로 빨라지고 그래서 격렬해지는 몸짓들이 지금도 명징하게 기억됩니다(젊은 여인이 팔로 자신의 상체를 반복해서 흩는 몸짓에서는 뮤지컬 <스프링어웨이크닝> Totally Fucked 안무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확실한 건 이 공연을 보면서 제가 느꼈던 무어라 꼬집어 말할 수는 없는 어떤 강렬한(아프고 어두운) 감정들입니다.

 

 

봄의 제전

 

“20세기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버전의 봄의 제전을 보았지만 확실히 피나 바우쉬의 것만큼 강렬한 것은 없었다” – 영국 The Times –

 

 

이전까지 어떤 버전의 봄의 제전도 보지 못했지만 피나 바우쉬의 그것은 정말 강렬했습니다. 헉 소리가 나올 만큼 말이죠. 일단 카페 뮐러와는 달리 플롯이 명확했기 때문에 드라마에 쉽게 동조될 수도 있었습니다.

 

무용수들의 군무는 강렬한 에너지로 가득합니다. 제물로 바쳐 질 희생자를 뽑는 제의임에도 불구하고 야만의 관능적 섹슈얼리티가 넘쳐 납니다. 자연에 대한 커다란 경외와 공포를 견디기 위해 인간들의 춤은 더욱 더 격렬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이렇게 춤을 추다 무용수 누군가가 풀쩍 쓰러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강렬한 춤만큼이나 인상적인 건 여자 무용수들의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입니다. 봄의 제전은 대지의 신에 바쳐질 처녀를 가리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누구든 제물이 될 수 있다는 공포 서린 긴장감이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가시지를 않습니다.

결국 제물이 된 작고 연약한 여인은 나머지 모두의 (안도 서린) 외면(혹은 방관) 하에 공포와 체념, 원망의 감정이 뒤섞인 마지막 춤을 추며 최후를 맞이합니다.

 

 

<그녀에게>, 피나 바우쉬와의 인연

 

공연 관람 후 구입한 팜플렛에서 마이크를 든 플라워 드레스의 여인이 남자들에 의해 지탱된 채로 누워 있는 사진을 보았습니다.

 

 

, 이건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그녀에게 Talk to her>의 이미지인데

 

저의 생각과 달리 이번 공연 전에도 피나 바우쉬를 본적이 있었던 겁니다. 실제 그녀의 공연 모습은 아니었지만 스페인 영화 <그녀에게> (알모도바르의 흠모로 모셔져) 출연한 그녀와 그녀의 작품 카페 뮐러마주르카 포고를 이미 본 경험이 있었던 것이죠.(그때도 그녀가 그 유명한 피나 바우쉬란 건 몰랐지만요 ^^;)

 

왠지 피나 바우쉬와 그녀의 작품에 조금 가까워지는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피나 바우쉬 <카페 뮐러>&<봄의 제전>, 2010 3 21일 오후 4, LG아트센터)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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