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때부터 대학교 저학년까지 이문열의 소설을 좋아했다. 솔직히 말해 엄청 좋아했다. 정치적 패배주의, 무책임한 감상주의라고 선배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희지도 검지도 않았던 나는 '사람의 아들'에서 '변경'까지 쭈욱 그의 소설을 읽었다.
그의 소설을 끊은 건 군대를 갔다와서 그의 소설 '선택'을 중간 정도까지 읽다 만 이후였다. 난 그 끔찍한 소설을 끝까지 읽지 못하고 이문열을 버렸다. 그래도 그때는 연민은 남아 있었다. 당시 학내의 권 헤게모니와 그 시스템에도 질려 회색을 띠고 있던 내가 그의 이전 소설에서 느꼈던 권력과 이념에 대한 냉소에 동조하고 있었기 때문였을까...
하지만 오늘 나는 이제 완전히 대놓고 한 이념과 한 권력에 봉사하는 더 이상 예술가도 상식적인 시민도 아닌 이문열에 질려 버렸다.
나는 이제 그를 연민하는 대신 경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