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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07 [글러브] 이 영화의 감동은 정직한가?

강우석 감독은 야구로 말하자면 정통파 투수에 가까운 감독이다. 여러 가지 변화구를 구사하기 보다는 뚝심 있는 강속구 하나로 밀어 부치는 정통파 투수처럼 에둘러 말하기 보다는 강한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스타일이란 말이다. 강우석 감독은 코미디든 액션 영화든 스릴러든 어떤 장르에서든지 자신의 패를 감추기 보다는 다 까놓고서 관객과의 진검승부를 즐겨 왔다. , 그렇다고 그가 영리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자기 패를 다 보이고도 항상 승부에 이길 자신에 넘쳐 있다. 그는 단순히 우직한 직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로 잰 듯한 제구력도 갖춘 감독이다. 그 제구력으로 그는 관객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며 근 20여 년을 최고의 흥행감독으로 군림해 온 것이다.



 

<글러브>는 그런 강우석 감독이 이제는 원숙한 노련미까지 갖추고서 도전(?)한 감동의 드라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소년들이 (오감을 총동원해야 이길 수 있는) 야구라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스포츠에 도전한다. 그리고 갖은 역경을 견뎌 내며 끝내 승패를 넘어 선 무언가를 성취해 낸다. 수도 없이 보아 온 진부한 이야기지만 이 영화의 관객은 웃음과 눈물 속에 그들의 무모한 도전을 응원한다. 역시나 강우석은 이번에도 실패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거 좀 이상하다. 성심고교 청각 장애우들의 인간 승리쯤으로 생각하고 본 <글러브>는 보고 나니 완전 퇴물 프로야구 선수, 김상남의 재활 스토리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 영화에서 실제 존재했던 성심고교 선수들은 김상남의 들러리에 불과했던 것. 성심고교 야구선수들의 캐릭터는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울부짖으며 관객의 가슴을 치는 그들의 존재는 영화를 보고 나면 곧 관객의 뇌리에서 소거된다. 이들을 데리고 감동을 조율한 김상남(과 그의 친구 찰스)만이 관객의 기억에 각인될 뿐이다. 이 부분에서 영화 <글러브>의 윤리적인 면을 질책할 수 밖에 없다. 청심고교생들(과 그들의 실제 이야기)은 관객의 감동과 재미를 위해 이 영화에서 그저 소비되어 버린 것이다.


 

진부한 이야기를 더할 나위 없이 진부하게 이야기하면서도 전혀 이야기의 재미를 잃지 않은 강우석 감독의 연출력은 탁월하다. 하지만 영화 <글러브>는 그 재미를 위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혹은 애초에 포기한) 것은 아닌가 씁쓸하다.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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