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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화, 공연(뮤지컬, 연극) 등 보고 끄적이는 공간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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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각본) 이후 음란서생방자전까지 김대우 감독은 화끈끈적한 19금 연출 감독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의 작품 속 노출 및 섹스 표현의 수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작품에서 노골적 섹스 장면만 제외하면 그만치 순정의 세계가 없다. 그의 영화의 남자 주인공들은 일순 한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그 여자를 지고지순 사랑하여 그녀에게 헌신하며, 갖은 (신분, 제도 등 사회적) 장벽에도 불구하고 그가 지닌 순정을 굽힘이 없었다.

 

타이틀부터 노골적인 <인간중독>에서는 그 순정의 깊이가 한층 깊어졌다.

<인간중독>의 김진평은 첫사랑의 빠진 소년처럼 종가흔을 사랑한다베트남전의 정신적 트라우마와 그가 몸담은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군 사회로부터의 탈주를 위해 종가흔을 사랑한다. 탈주가 목적이었는지 그저 결과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인간중독>이란 타이틀은 중의적이다. 김진평의 종가흔에 대한 매혹이 표면적 답이겠지만, '인간'다움에 대한 김진평(과 종가흔) 집착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전작 음란서생과 방자전에서 보여 준 김대우 감독의 세련된 유머감각은 <인간중독>에 이르러 상당히 무뎌졌다. '못보면 숨도 못쉬는' 사랑 이야기이니 다분히 의도적이었을 듯.

 

신예 임지연은 소녀와 숙녀의 경계에서 모호한 성적 매력으로 어필한다. 송승헌은 어깨에 힘을 빼고 전보다는 한결 편안한 연기로 김진평을 소화한다. 조여정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전형적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디테일을 잘 살려 숙진이란 인물에 입체감을 부여했다.

 

김대우 감독 작품의 매력은 이제는 거의 사라져버린 성인물 장르에서 성애와 순정이라는 이질적인 요소를 믹스한다는 것이다. <인간중독>에도 그 경향은 여전했지만 이번에는 믹스 비율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성애든 순정이든 어느 한 쪽을 선택하고 더 나아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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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위 감독은 90년대 초 주성치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도박 코미디 '도성'의 연출로 국내 홍콩영화 팬에게 첫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후 주성치 월드의 한 축으로 신정무문 시리즈, 홍콩레옹 등의작품을 연출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그와 주성치와의 협업 대표작은 성치월드의 걸작 수위를 다투는 서유기 월광보합/선리기연 2부작입니다. 유진위 감독은 특히 선리기연 편에서 왕가위의 중경삼림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차용하여 이전의 주성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감성을 창조했고, 수많은 골방의 팬들이 열광했고 열광하고 있습니다.

 

왕가위와 유진위.

작품 성향 상 별무 연관이 없을 듯한 두 감독은 사실 무명 시절의 '으리'로 뭉쳐진 오래된 영화지기입니다. 두 사람은 상대방 영화의 제작자로 서로를 도왔으며(특히 왕가위의 동사서독의 촬영이 길어지자 유진위가 같은 캐릭터, 배우들로 전혀 다른 성격의 코미디 동성서취를 후다닥 연출하여 동사서독의 후반 제작비를 마련한 것^^) 묘한 지점에서 실날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2002년 왕가위가 제작하고 유진위가 연출한 천하무쌍은 선리기연이 중경삼림을 그리했듯이 동사서독을 원본으로 한 코미디입니다. 물론 살짝 흔적을 남기며 원본의 아우라를 슬짝 빌리는 수준이지만요. 이 영화에서 양조위는 동사서독의 맹모살수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장국영이 연기했던) 구양봉까지 캐릭터 복사를 확장합니다. 왕가위의 뮤즈 왕페이(왕비)는 동사서독에서 임청하가 연기했던 모용언의 자기분열적 캐릭터를 '재미지게' 패로디하구요. 영화 후반부에선 동사서독의 그 유명한 오리지널 스코어를 고스란히 빌려오기도 하네요 ^^ 

 

 

 

 

 

 

 

냉온탕을 오가는, 분명 구정 특선이 분명해 보이는 하례편 천하무쌍은 감히 선리기연이 성취한 감성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동사서독과의 상호 텍스트성을 눈여겨서 보면 나름 흥미진진합니다. 양조위, 왕페이, 조미, 장첸 등 중화전영 스타들의 진지함과 망가짐을 오가는 연기도 재미있네요 ^^ (양조위와 왕비의 북경오페라 패로디 신을 놓치지 마시길~)

 

덧붙임

1. 한때 중화권 최고의 가수이자 중경삼림과 2046으로 왕가위의 요정으로 사랑받던 왕비가 이후 최근까지 소비되는 영화(몽키킹3D ㅡㅡ;)들을 보니 안타깝네요. 최소한 이 영화 천하무쌍에서는 예의 그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2. 그리고 선리기연의 천사, 주인의 모습을 짧게나마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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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2014)

Godzilla 
5.5
감독
가렛 에드워즈
출연
애론 테일러-존슨, 브라이언 크랜스턴, 엘리자베스 올슨, 줄리엣 비노쉬, 와타나베 켄
정보
액션, SF | 미국 | 123 분 | 2014-05-15

 

비뇨기과 의사처럼 항상 '사이즈가 문제'라고 외치고 다니던 롤런드 에머리히 감독의 1998 "고질라"는 사이즈에 있어 중요한 것이 반드시 Big만은 아니라는 교훈을 주었더랬죠. 바보같은 스토리야 어찌어찌 참아본다 해도 도대체가 비율이 안맞는 괴수의 몸뚱아리 부분부분들은 전체 그림의 퍼즐을 맞출 수 없도록 만들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고질라 타이틀을 단 이 괴물이 전혀 고지라가 아니란 점이 큰 실망이었습니다.

 

가렛 에드워즈라는 신참 감독이 만들어 낸 2014년 신판 <고질라>의 스토리 역시 이야기하기 민망한 수준입니다. 괴수 무토에 의해 10여년에 걸쳐 차례로 부모를 잃은 포드 브로디(애런 존슨)의 한맺힌 복수극인가 했는데 전혀 아니었으며(그래도 무토의 새끼들을 불태워 없앴으니 거꾸로 복수를 한겐가?) 줄곧 고생대 생물을 연구해 온 세리자와 박사는 무언가 한칼할 듯 하다가 "그냥 고질라에게 맡기시죠(Let them fight!)"라는 과학자 답지 않은 비과학이고 무책임한 대안을 던지며 퇴장합니다.

 

그래서 <고질라>가 영 재미없냐 하면 나는 작년 퍼시픽림과 마찬가지로 꽤나 재밌게 보았습니다.어찌 보면  퍼시픽림보다 더욱 더 산으로 가는 스토리이지만(퍼시픽림은 최소한의 기승전결은 갖추고 있었습니다. 재패니 티비 시리즈 만큼이나 단순하지만 이 또한 의도적으로 그 도식을 따른 것입니다), 영화 막판 도심 한 복판에서 벌어지는 괴수들의 엄청난 격돌 스펙타클만으로도 이 영화는 블럭버스터의 주말 티켓 값 만원의 값어치를 충분히 했다고 치하합니다. 이 영화를 보니 이제 헐리웃에서 에반게리온을 실사화한다면 에바와 사도의 액션 장면만큼은 제대로 그리겠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고질라에는 다수의 '인간'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면 그들의 이야기는 전혀 기억에 남지 않아요. 그들은 2시간의 러닝타임을 끌고 버티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 또는 풍경일 뿐입니다.

2014 <고질라>의 핵심은 고질라 vs. 무토의 대결입니다. 그리고 그 장엄한 대결의 연출은 괴수물 매니아 뿐 아니라 일반 영화팬까지 충분히 만족시킬만한 스펙타클입니다!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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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불쑥 첫사랑의 여자, 서연이 승민의 건축설계사무소를 찾아 옵니다. 한참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한눈에 얼굴을 알아 보지도 못할 만큼 희미해진 그녀는 승민에게 자신의 집을 지어달라고 합니다. 갑작스런 방문도 뜬금없는 요청도 승민은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15년 전 첫사랑이 나를 찾아 온다면? 그것도 머뭇머뭇대기만 하다가 나의 감정을 내뱉지도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지도 못했던 첫사랑이. 이 흥미로운 전제로 시작된 영화 '건축학개론'은 이후 승민과 서연 두 사람의 현재와 과거(15년 전)를 오가는 전개를 펼칩니다. 현재의 두 사람이 함께 서연의 제주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리'마인드되는 과거의 에피소드를 보여 주는 형식이죠. 관객은 플래쉬백(회상 장면)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영화 속 과거는 승민 혹은 서연의 시점이라기 보다는 전지적 시점으로 제시됩니다. 그렇게 때문에 승민과 서연은 알 수 없었던 두 사람이 엇갈리는 오해의 지점을 관객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게 됩니다.


스무살 승민의 (서연에 대한) 풋풋한 감정은 누구나 서툴렀고 그래서 더 애틋했던 그 때의 감정을 정확히 관통합니다. 대상의 조그마한 반응에도 환희와 눈물, 격정과 좌절, 오해와 분노를 반복하던 첫사랑의 기억들. 조금은 제멋대로에 속내를 내비치지 않았던 서연 때문에 가뜩이나 처음 느껴 보는 감정에 더하여 더욱 혼란스럽고 가슴 아렸을 승민이 절로 공감됩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승민과 서연에게 스무살 그해 추억의 상기는 그간의 세월에 마모되어 버린 감성을 일깨운 잠시 잠깐의 달콤한 휴식과도 같았을 것입니다. 서른 살을 훌쩍 넘긴 두 사람에게는 첫사랑의 아련함만으로는 메울 수 없는 삶의 괴리가 있는 것이죠. 말하지 못한 서로의 감정을 뒤늦게 확인한 격정에 입맞춤을 나누기도 하지만 승민의 곁엔 이미 자신만을 믿고 있는 한 여자가 있고 서연은 추스려 다시 살아가야 할 자신의 삶이 있습니다.

언제나 가슴 시린 회한으로 추억되는 첫사랑처럼 '건축학개론'은 연애편지의 때늦은 답장에 내쉬는 한숨과도 같은 영화입니다.

덧붙이는 글
1.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서사는 마치 훌륭한 건축설계처럼 촘촘하게 잘 짜여져 지루함 없이 두 사람의 감정을 따라가게 합니다.
2. 과거 승민과 서연의 에피소드 중 밤장면에서 두 사람을 따듯하게 감싸는 빛의 배치가 정말 뛰어납니다. 특히 두 사람이 첫키스를 하는 시골 버스정류장에서의 광원 설계. 
3. '시라노연애조작단'에 이어 엄태웅은 이제 실패한 첫사랑의 아이콘이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특유의 퉁명함이 의외로 로맨스에 잘 어울리는 듯 ^^
4. 이제훈의 스무살 승민의 감정 연기는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의외의 발견은 어린 서연역의 배수지, 감독의 액트 디렉션의 힘이었겠지만 기대 이상 캐릭터에 잘 스며 들었다는.
5. 그리고 납뜩이, 조정석은 드라마의 이완을 책임지는 역활을 일백프로 완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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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섹시 아이콘, 마릴린 먼로의 숨겨진 또 하나의 스캔들 또는 달콤한 연애 이야기를 만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기대에 크게 어긋난 건 아니지만) '마릴린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은 그보다는 미셀 윌리엄스의 놀라운 재연 연기에 힘입어 당대 슈퍼스타의 외로운 그렇지만 강인한 내면을 들여다 본다.

 

살짝 벌린 입술과 그 유명한 먼로 워킹으로만 마릴린을 기억하는 건 그녀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마릴린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은 (그녀를 빅스타로 만들었지만 그녀가 너무나도 벗어나고 싶어했던) 천진난만 섹시한 마릴린의 모습을 배신하지 않으면서도 박제된 그녀의 이미지를 한풀 벗겨 버린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그녀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그녀 자신은 몰랐던) 타고난 재능을 자연스레 보고 느끼게 된다.

미셀윌리엄스의 마릴린이 이 영화를 지배하지만 로렌스 올리비에와 비비안비를 각각 연기한 케네스 브레너와 줄리아 오먼드('가을의 전설'의 그녀!) 그리고 주디 덴치의 호연도 충분한 볼거리다. 그리고 엠마 왓슨. 사실 이영화를 보기 위하여 극장까지 간 것은 요 이쁜 소녀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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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박한 스펙터클 히어로물로 시간을 죽이고자 극장을 찾았던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아뿔사!

'크로니클'은 '블레어위치'로부터 시작된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업그레이드판이었다.(이 장르의 최근 흥행작은 호러물 '파라노말 액티비티'와 괴수물 '클로버필드'가 있다)


틴 무비와 히어로물을 적절하게 믹스한 내러티브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주인공, 왕따 소년 앤드류의 반영웅적 행각을 끝까지 밀어부치지만 결국 이 장르의 룰을 너무도 잘 아는 정의의 히어로 맷이 앤드류를 정리하고 속편까지 예고하는 헐리웃영화다운 엔딩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건 '크로니클'의 대부분의 장면을 UCC 동영상처럼 찍은 것이다.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세 친구의 유희는 모두  앤드류의 캠코더에 찍힌 일인칭 시점의 영상으로 보여지는데 마치 인터넷 동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영리하게도 감독은 맷의 여자친구에게도 캠코더를 쥐어줌으로써 끝까지 동영상을 보는 느낌을 유지시킨다. 부분적으로 CCTV 시점, 그리고 스펙터클한 엔딩의 앤드류와 맷의 대결 장면에서는 방송 카메라의 시점도 이용하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장면은 캠코더 촬영에 의한 동영상처럼 보여진다.

이로인한 효과는 명확하다. 염동력 등의 초자연적 상상이 매우 현실적으로 보여지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헐리웃 영화치고는 짧은 편이지만) 90분 가까운 시간 동안 동영상 릴레이를 보는 것은 꽤나 지루한 일이다.

동영상 릴레이로 내러티브를 그럴싸하게 봉합한 것은 재기 넘치지만 거기에 무슨 의미와 유용이 있냔 말이지.


드카프리오를 빼닮은 데인 드한(앤드류 역)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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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전과 함께 올 여름 박스오피스에 출사표를 던진 우리 영화 <>은 적잖이 이상한 영화입니다. 키아누 리브스를 단숨에 헐리웃 액션 스타로 등극시킨 스피드의 컨셉을 차용한 것이 틀림 없는 <>은 그러나 스피드 액션이라는 장르적 기대를 고스란히 배반합니다.


오히려 <>은 액션을 가미한 코미디 영화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일촉즉발의 폭탄을 제한된 시간에 배달해야만 살 수 있는 상황은 관객의 스릴을 끌어내기에 매우 충분한 전제입니다. 하지만 이 전제는 <>에서 전혀 유효하지 않습니다.




폭탄을 배달하는 두 남녀 주인공을 포함, 전대미문의 도심 폭탄 테러에 맞닥뜨린 경찰들까지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전혀 긴장을 느끼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옛 연인이었던 두 남녀 주인공은 짜릿한 재회를 맛보고 전직 폭주족 헤더 출신의 경찰은 당당한 공무로 오토바이 폭주의 기회를 잡은 것을 내심 환영합니다)

스릴러 액션 장르의 박진감을 고스란히 포기한 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영화 속 상황에 전혀 걸맞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어이없는 말과 행동이 주는 웃음입니다. 하긴 <>의 제작자 윤제균은 자신의 감독-제작 작품들(두사부일체, 도둑맞곤 못살아, 해운대 등)에서 일관되게 이러한 태도를 보여 왔지요.



 

물론 <>이 시도한 다양한 액션 연출(폭발, 카체이스, 크러쉬)은 그간의 한국영화에서 쉽게 보기 힘들었던 스펙터클입니다만, 장르적 서사가 무너지면서 액션의 쾌감지수가 크게 떨어지고 맙니다. 그나마도 과시라도 하듯이 유사한 액션 장면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영화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그렇게 공들인 액션 연출을 보면서도 하품이 날 지경입니다.(그렇지만 엔딩크레딧의 스턴트 장면들은 보는 이를 울컥하게 만드는 진정 감동입니다!!)

 

기왕에 작정을 하고 B 정서를 유지한 상업영화의 길을 가려면 좀 더 쿨하게 갔으면 좋으련만, 영화 막바지에 드러나는 두 남녀주인공의 이별 사연(설마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에 대한 오마쥬였을까요^^)과 테러의 배후가 가진 사연(이 역시 홍콩영화 비스트 스토커의 카피임에 분명한)은 정말 깨는말도 안 되는 신파입니다.

 

해운대의 몇몇 등장인물을 고스란히 서울로 상경시킨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도 <>은 매우 게으른 영화입니다.


 


BMW
바이크를 타고 질주하는 이민기의 컨셉과 같은 영화를 만들 수는 없었을까요? 영화 <>은 마치 바이크에서 내리면 부산사투리에 띨띨한 표정을 짓는 이민기처럼 보이는 촌스런 영화입니다. , 그걸 원래부터 그걸 의도했다면 할 말은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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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은 야구로 말하자면 정통파 투수에 가까운 감독이다. 여러 가지 변화구를 구사하기 보다는 뚝심 있는 강속구 하나로 밀어 부치는 정통파 투수처럼 에둘러 말하기 보다는 강한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스타일이란 말이다. 강우석 감독은 코미디든 액션 영화든 스릴러든 어떤 장르에서든지 자신의 패를 감추기 보다는 다 까놓고서 관객과의 진검승부를 즐겨 왔다. , 그렇다고 그가 영리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자기 패를 다 보이고도 항상 승부에 이길 자신에 넘쳐 있다. 그는 단순히 우직한 직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로 잰 듯한 제구력도 갖춘 감독이다. 그 제구력으로 그는 관객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며 근 20여 년을 최고의 흥행감독으로 군림해 온 것이다.



 

<글러브>는 그런 강우석 감독이 이제는 원숙한 노련미까지 갖추고서 도전(?)한 감동의 드라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소년들이 (오감을 총동원해야 이길 수 있는) 야구라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스포츠에 도전한다. 그리고 갖은 역경을 견뎌 내며 끝내 승패를 넘어 선 무언가를 성취해 낸다. 수도 없이 보아 온 진부한 이야기지만 이 영화의 관객은 웃음과 눈물 속에 그들의 무모한 도전을 응원한다. 역시나 강우석은 이번에도 실패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거 좀 이상하다. 성심고교 청각 장애우들의 인간 승리쯤으로 생각하고 본 <글러브>는 보고 나니 완전 퇴물 프로야구 선수, 김상남의 재활 스토리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 영화에서 실제 존재했던 성심고교 선수들은 김상남의 들러리에 불과했던 것. 성심고교 야구선수들의 캐릭터는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울부짖으며 관객의 가슴을 치는 그들의 존재는 영화를 보고 나면 곧 관객의 뇌리에서 소거된다. 이들을 데리고 감동을 조율한 김상남(과 그의 친구 찰스)만이 관객의 기억에 각인될 뿐이다. 이 부분에서 영화 <글러브>의 윤리적인 면을 질책할 수 밖에 없다. 청심고교생들(과 그들의 실제 이야기)은 관객의 감동과 재미를 위해 이 영화에서 그저 소비되어 버린 것이다.


 

진부한 이야기를 더할 나위 없이 진부하게 이야기하면서도 전혀 이야기의 재미를 잃지 않은 강우석 감독의 연출력은 탁월하다. 하지만 영화 <글러브>는 그 재미를 위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혹은 애초에 포기한) 것은 아닌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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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 야스지로는 이상한 사람이다. 그는 1903년 12월 12일에 태어나 60년을 살고(동양에서 이야기하는 인생의 하나의 완성된 원) 1963년 12월 12일 자기의 생일에 죽었다. 그는 계속해서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죽을 때까지 독신으로 지냈으며,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그는 계속해서 같은 배우들에게 같은 배역을 맡겼으며, 48년이후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한편의 영화를 만들었다.<정성일, 월간 키노 1998. 12. 일본영화 진검승부 中>



오즈를 만났다. 항상 지면으로만 접하던 오즈의 작품을 스크린을 통해 만났다. 약간의 긴장감이 동반된 첫만남이었다. 하지만 거장의 따듯한 농담에 이내 긴장감은 풀렸다. 매우 유쾌한 영화였다.



<꽁치의맛>은 일본 영화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오즈 야스지로의 62년 유작이다. 오즈의 작품은 대부분이 가족, 가족 내 필연적인 헤어짐(사별, 자식의 결혼)과 이에 따른 외로움, 상실감을 내용으로 한다고 들었다. <꽁치의맛>도 이러한 서사적 원형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아내(딸에겐 어머니)와 사별한 가장이 혼기에 든 딸을 결혼시키려 하고, 딸은 홀로 남을 아버지 생각에 결혼을 할 수 없는. 이 핵심 서사를 중심으로 결혼한 아들 내외, 친구들을 등장시키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영화는 매우 아름다웠으며 말그대로 정갈했다. 카메라는 미동도 않은 채 등장인물들을 담는다.(주된 공간은 집과 술집으로 일본식 가옥구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이 서로에 대한 예를 다하듯 카메라도 등장인물들에 대한 예의를 갖춘다. 가벼운 코믹 홈드라마류인 이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애잔한)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마지막 장면의 (딸을 결혼시키고) 홀로 남은 아버지의 뒷모습은 너무나도 슬프다.

오즈가 왜 사이트&사운드가 10년마다 집계하는 역대 영화/감독 베스트10에 들어가는 거장인지는 난 잘 모르겠다. 하지만 <꽁치의맛>은 정말 따듯하고 슬펐으며 무엇보다 아름답고 재밌는 영화이다.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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