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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26 건축학개론 - 첫사랑의 재구성


어느 날 불쑥 첫사랑의 여자, 서연이 승민의 건축설계사무소를 찾아 옵니다. 한참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한눈에 얼굴을 알아 보지도 못할 만큼 희미해진 그녀는 승민에게 자신의 집을 지어달라고 합니다. 갑작스런 방문도 뜬금없는 요청도 승민은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15년 전 첫사랑이 나를 찾아 온다면? 그것도 머뭇머뭇대기만 하다가 나의 감정을 내뱉지도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지도 못했던 첫사랑이. 이 흥미로운 전제로 시작된 영화 '건축학개론'은 이후 승민과 서연 두 사람의 현재와 과거(15년 전)를 오가는 전개를 펼칩니다. 현재의 두 사람이 함께 서연의 제주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리'마인드되는 과거의 에피소드를 보여 주는 형식이죠. 관객은 플래쉬백(회상 장면)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영화 속 과거는 승민 혹은 서연의 시점이라기 보다는 전지적 시점으로 제시됩니다. 그렇게 때문에 승민과 서연은 알 수 없었던 두 사람이 엇갈리는 오해의 지점을 관객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게 됩니다.


스무살 승민의 (서연에 대한) 풋풋한 감정은 누구나 서툴렀고 그래서 더 애틋했던 그 때의 감정을 정확히 관통합니다. 대상의 조그마한 반응에도 환희와 눈물, 격정과 좌절, 오해와 분노를 반복하던 첫사랑의 기억들. 조금은 제멋대로에 속내를 내비치지 않았던 서연 때문에 가뜩이나 처음 느껴 보는 감정에 더하여 더욱 혼란스럽고 가슴 아렸을 승민이 절로 공감됩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승민과 서연에게 스무살 그해 추억의 상기는 그간의 세월에 마모되어 버린 감성을 일깨운 잠시 잠깐의 달콤한 휴식과도 같았을 것입니다. 서른 살을 훌쩍 넘긴 두 사람에게는 첫사랑의 아련함만으로는 메울 수 없는 삶의 괴리가 있는 것이죠. 말하지 못한 서로의 감정을 뒤늦게 확인한 격정에 입맞춤을 나누기도 하지만 승민의 곁엔 이미 자신만을 믿고 있는 한 여자가 있고 서연은 추스려 다시 살아가야 할 자신의 삶이 있습니다.

언제나 가슴 시린 회한으로 추억되는 첫사랑처럼 '건축학개론'은 연애편지의 때늦은 답장에 내쉬는 한숨과도 같은 영화입니다.

덧붙이는 글
1.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서사는 마치 훌륭한 건축설계처럼 촘촘하게 잘 짜여져 지루함 없이 두 사람의 감정을 따라가게 합니다.
2. 과거 승민과 서연의 에피소드 중 밤장면에서 두 사람을 따듯하게 감싸는 빛의 배치가 정말 뛰어납니다. 특히 두 사람이 첫키스를 하는 시골 버스정류장에서의 광원 설계. 
3. '시라노연애조작단'에 이어 엄태웅은 이제 실패한 첫사랑의 아이콘이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특유의 퉁명함이 의외로 로맨스에 잘 어울리는 듯 ^^
4. 이제훈의 스무살 승민의 감정 연기는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의외의 발견은 어린 서연역의 배수지, 감독의 액트 디렉션의 힘이었겠지만 기대 이상 캐릭터에 잘 스며 들었다는.
5. 그리고 납뜩이, 조정석은 드라마의 이완을 책임지는 역활을 일백프로 완수했습니다.

Posted by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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