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블루베리나이츠]도시삼림 혹은 시티 익스프레스
왕가위는 데뷔작 열혈남아(몽콕하문) 이후 매 작품마다 새로운 단계로의 점핑을 거듭해 왔다
숨막힐 듯 매혹적인 이미지와 이에 철저히 조응하는 사운드. 가히 사랑과 젊음, 인생의 아포리즘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적인 대사들. 빛나는 감수성과 직관적 연출이 빚어 내는 기적과 같은 장면들. 그리고 왕가위의 영화 안에서 평소 실력의 200%로 관객의 공명을 끌어 내는 그의 배우들.
왕가위는 전작 [2046]에서 그가 창조해 왔던 모든 것들을 종합해 냈고 나는 그 이후의 왕가위 영화가 너무도 궁금했다(아니 목말랐다)
<마이블루베리나이츠>는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은 절대 아니다. 우리 시대의 정서와 무드를 지배해 온 거장은 잠깐 쉬어가는 스테이지로 작정을 하고 이 영화를 찍은 듯 하다.
<마이블루베리나이츠>는 [중경삼림]의 리믹스이다. 두 영화는 각각 홍콩(중경)과 미국(뉴욕)에 살고 있는 도플갱어다. 식당 주인, 멀리 떠나는 여자(또 돌아 오는 여자), 제복 경찰, 식당 웨이트리스, 선글라스 여인 등 주요 캐릭터뿐만 아니라 광각 렌즈, CCTV 활용 등까지도 [중경삼림]과 또 다른 중경삼림, [타락천사]를 끊임없이 리마인드시킨다. 왕가위가 한껏 게으름을 부렸다고나 할까?
하지만 거장의 범작은 평범한 감독의 걸작보다 흥미로운 법!
왕가위의 선곡 감각은 여전히 최고이다. 주드 로와 나탈리 포트만에겐 이전과 전혀 다른 매력이 넘치며 그야말로 연기 초짜, 노라 존스(마이블루베리나이츠의
중경삼림은 아비정전에서 동사서독으로 넘어 가는 왕가위의 여정에서 즐거운 쉼표였다. 마이블루베리나이츠 이후 왕가위의 창조적 점프가 너무도(그리고 간절히) 기다려진다.